오피니언 사설

[사설] 팬택 채무유예…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야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가까스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24일 팬택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상거래채권 전액인 1,531억원의 상환을 무이자로 2년 유예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당장의 불길을 끌 수 있게 된 것이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의 핵심인 이통사의 채무가 유예됨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주 초 채권단회의를 소집해 팬택의 워크아웃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도나 법정관리 등의 위기가 거론되던 팬택은 또 한번 재기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채권단은 앞서 이통3사에 1,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대출금 상환 유예, 최소 판매물량 보장 등을 요청했으나 이통사들이 출자전환보다는 채무상환 유예를 선택했다. 다만 이통사들은 팬택이 요구한 최소 판매물량 보장은 사업자별로 결정한다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절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휴대폰 판매부진, 재고누적으로 발생한 채무는 유예해주지만 그 이상은 불가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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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팬택을 채무유예 등으로 살려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동안 상당한 논란거리였다. 전 세계적으로 1, 2위밖에 살아남지 못하는 경쟁시장에서 국내에서조차 3위 사업자인 팬택에 대한 지원은 깨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까워 결국 청산시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있었다. 게다가 팬택은 이미 한 차례 패자부활의 기회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550여 협력업체의 도산 등 엄청난 파급은 물론 이 분야에서 20여년 이상 쌓아온 기술력이 경쟁국에 넘어갈 경우 우리 휴대폰 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온 게 사실이다.

팬택의 운명은 돌고 돌아 이제 팬택 자신에게로 돌아갔다. 마지막 기회를 살려 기사회생하려면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제품 자체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포화상태에 도달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팬택은 위기 때마다 독자 기술력을 강조하며 기회를 달라고 했다. 다시 소중한 기회를 부여받았으니 세계의 소비자가 찾는 제품으로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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