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핵 사태와 이라크전쟁, SK분식회계파문 등으로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음에 따라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를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시장개혁에 대한 기존의 방침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고 건 국무총리는 12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 일제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경제가 나쁜데 이런 조치들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총리는 이어 “한꺼번에 기업을 몰아치는 일이 없도록 총리로서 국정조정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경제계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기업 등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 재벌과 관계된 각종 조사를 북 핵 문제가 해결되고 이라크전쟁이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미루기로 한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이 각종 시장개혁프로그램을 소화해낼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악화됐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수용해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총리가 이 같은 지시를 각료회의에서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착수한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당장 필요하지 않는 조사를 일단 유보하겠다는 뜻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재벌 개혁프로그램 가동시기를 연기함에 따라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속 이후 예상됐던 후폭풍에 움츠렸던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방향선회는
▲정치논리
▲경제논리
▲개혁논리 등 3대 대통령프로젝트가 상충되는 와중에서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인식해 최종적으로 `경제논리`를 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경제를 옥죄고 있는 상황들이 해소되는 즉시 시장개혁프로그램은 재가동돼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혀 경제와 안보분야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 시장개혁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정승량기자, 김민열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