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거래 느는데 집값 왜 안오르지?

실수요자 중심 매매시장 재편에 저성장·집값하락 불안감도 높아

값 조금만 올라도 거래포기 일쑤… 1000만원 안팎 박스권 맴돌아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 가격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매수자들이 한창 문의를 하다가도 최저가 매물이 빠지고 가격이 1,000만원만 올라도 매수를 중단하거나 포기해버립니다. 가격이 평균보다 싼 매물은 거래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비싼 물건은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마포구 공덕동 D공인 관계자)

주택 거래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국 주택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서며 2006년(108만건)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지만 집값 상승률은 3%대에 불과했다. 2006년 전국 집값이 11.6%(국민은행 통계 기준) 오른 것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11일 발표한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 증가한 7만9,320건으로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지만 가격 상승률은 0.13%로 오히려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이처럼 주택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오른다는 통념이 깨진 것은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 행태가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수자들이 자신의 예상보다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거래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추격 매수세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 시장의 구조 변화가 진행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량과 집값의 디커플링(비동조화)도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저가 매물만 팔려…1,000만원 안팎 박스권 형성=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35.64㎡(전용면적 기준)의 최저가 매물은 6억500만원짜리다. 이 아파트의 올해 초 호가는 6억원 정도. 연말 부동산 3법 국회 통과 등 호재에 힘입어 거래가 적지 않게 이뤄졌지만 가격 상승은 500만원(0.8%)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 거래된 가격도 대부분 6억원 안팎으로 두 달 가까이 5억9,500만~6억500만원 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6억2,000만~6억3,000만원 정도의 매물도 있지만 거래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거래가 적지 않은 편이나 매수자들이 이 정도 가격대의 물건만 찾고 있어 가격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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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강북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2단지 41㎡는 지난해 12월부터 10여건의 거래가 진행됐지만 거래금액은 1억6,000만~1억6,900만원에 불과했다. 1억7,000만원선에 거래됐던 지난해 11월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동과 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가장 싼 매물부터 찾는다"며 "원래 알고 왔던 가격보다 5%만 높아도 매수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세난·저성장 우려 때문=전문가들은 거래량이 느는데 집값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것은 전세난으로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세보증금에 어느 정도 돈을 보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은 예전처럼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입에 나서는 투자 수요와 달리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 전반에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점도 매입 비용을 가능한 줄이려는 심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택 거래 증가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차라리 집을 사려는 매매 전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강북지역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집값은 결국 경제성장률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에 대한 우려로 실수요자들이 최저가 매물만 매입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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