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시술에 사용한 뒤 5년 이상 지나 폐기될 냉동배아로 희귀ㆍ난치병 치료에 쓸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확률을 최고 5배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항인간항체(AHLA) 등으로 냉동보관된 배반포기 배아중 상태가 좋은 11개의 내부 세포덩어리를 떼내 7개(63.6%)의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배아줄기세포 확립 성공률(10~36%)보다 최대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러덕션(Human Reproduction)` 3월호에 실렸다. 연구소측은 이 기술에 대해 이미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이와 관련, “신선 배아에서도 만들기 어려운 배아줄기세포를 냉동배아로, 그것도 높은 성공률로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한 것은 그 기술과 연구성과 측면에서 획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측이 개발한 항인간항체는 배반포기 배아에서 줄기세포주ㆍ태아가 될 내부세포 덩어리만을 온전한 상태로 완벽하게 떼내는 성공률을 높여 원치 않는 분화가 일어나는 등의 문제점을 줄여준다. 배반포기 배아는 수정란을 4~5일간 체외배양해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는 최종 단계의 배아를 말한다.
박 박사는 “줄기세포 확립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실험과정에서 버려지는 난자나 배아를 줄이고 윤리적 문제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혈ㆍ골수은행처럼 다양한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의 배아줄기세포주은행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없는 세포치료제를 희귀ㆍ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