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담 누가 지나" 카드사vs밴사 줄다리기

■ 급변하는 카드산업 미래와 전략은

<중> 다시 시작된 수수료 인하 압박.


"밴 수수료 낮추자" 카드사 단말기 교체로 절감 나서

대형 밴사, 선정 방식 비판… 수수료 협상 진통 예상


연말께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도 카드사별로 이견

내년 총선도 변수… "대폭 인하 땐 수익성에 치명타"


지난해 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 논쟁을 비롯해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와 밴 수수료 정률제,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적격비용 재산정까지 최근 카드 업계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들은 단 하나의 주제로 귀결된다. 바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다.


현대차 복합할부는 대형 가맹점이 계약 해지를 내세워 수수료 원가 인하를 요구, 카드사들이 수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와 밴 수수료 정률제는 밴 수수료 인하를 통해 결국 카드 수수료를 내려보자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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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의 원가를 뜻하는 '적격비용'의 재산정 작업 역시 최근의 저금리를 반영해 수수료를 낮추자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통해 연 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춘 후 3년 만에 재수술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번에는 카드사뿐 아니라 카드결제 단말기 망을 갖고 있는 밴 업계까지 포함되면서 판은 더욱 커졌다.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이 끝나면 지난해 2.1%였던 신용카드 평균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 만큼 업계에서도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인하 부담을 카드사 혹은 밴사 중 누가 질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단 카드 업계는 밴 수수료 인하를 통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1,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진행 중인 카드 업계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 사업의 입찰만 봐도 그렇다. 당초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사업의 주된 목적은 카드 복제가 어려운 IC단말기 교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세가맹점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입찰의 핵심은 어느새 누가 더 낮은 밴 수수료를 적어냈는가 하는 게임이 돼 있었다. 결국 기득권을 쥐고 있는 대형 밴사들이 이 점을 비판하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진통 끝에 사업자 선정을 끝냈지만 아직 밴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선정위원회 소집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신한카드가 13개 밴사와 수수료 산정 방식을 정액제에서 전면 정률제로 바꾼 것도 비용절감을 위한 하나의 신호탄이다. 정률제는 결제 건당 70~150원의 수수료를 받는 기존 방식 대신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이다. 1,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긁는 소액결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정률제로 전환할 경우 연간 3~4%의 비용을 절약할 것으로 신한카드는 보고 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도 정률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적격비용 재산정의 경우 카드사별, 업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를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와 여신협회는 재산정 전담팀을 4월 구성했지만 아직은 스터디 차원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한 연구 용역은 2012년 경험이 있는 삼일회계법인이 다시 맡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도 인하폭이나 재편 항목 등에 대한 의견이 다른데다 연구 용역이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감안하면 연말까지 협상을 위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체크카드 이용 증가에 따른 신용판매 성장 둔화와 5년간 부가 서비스 변경 금지, 카드론 금리 인하 압박 등 카드사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총선이 열린다. 언제나 전국 단위의 선거철에는 카드 수수료가 도마에 오른다. 카드 수수료 체계가 전면 재편됐던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던 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수수료와 금리에 대한 논의가 확산된 후 총선이 열리는 내년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수수료나 금리 모두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카드 업계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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