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영일 코모코사장

“주택후분양제도 추진을 위해선 주택저당증권(MBS)과 같은 주택금융인프라 확충이 우선 해결되야 합니다.” 취임 1년을 넘긴 이영일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코모코ㆍKoMoCo) 사장은 올해를 주택장기대출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진단했다. 최근 주택시장 합리화를 위해 아파트후분양제도 도입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그 전제조건으로 꼽히는 장기주택금융상품 개발도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 그는 “아파트 후분양 제도가 시행되면 분양 계약자가 계약금ㆍ중도금ㆍ잔금을 수년에 걸쳐 나눠 내던 선분양 때와 달리 분양과 동시에 아파트 값을 일시불로 내야 해 자금마련에 애를 먹게 된다”며, “이들 수요자에게 장기저리로 융자를 해주는 금융상품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재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쩍 늘었지만 대게가 3~5년 만기의 단기금융상품 출시에 그쳤던 게 사실. 금융기관들은 여신금리경쟁으로 인한 예ㆍ대마진 축소와 유동성과잉공급으로 경영 리스크(risk)가 증가한 탓에 고정금리의 장기주택금융 출시를 꺼려왔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서민은 주택시장에서 소외돼왔다. 이 사장은 주택저당증권(MBS)이나 주택저당증권담보부채권(MBB)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MBS 등을 발행하면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부채권을 바도 유동화 시켜 장기고정금리로 인한 손실발생 가능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MBS발행규모가 전체 채권시장의 22%선에 달해 국채보다도 비중이 높다”며, “미국 국민들이 주택값의 80~90%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20년이상 장기 저리조건으로 융자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금융 인프라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올해 MBS발행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 그 동안 주로 국민주택기금으로만 국한돼 발행됐던 MBS의 범위를 민간금융기관의 대출상품으로까지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코모코가 최근 농업협동조합과 손을 잡고 국내에선 최초로 고정금리로 운영되는 1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상품 개발을 위해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또 지난해엔 연합캐피탈과도 전략적 업무제휴협약을 맺음으로써 제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해외금융선진국들의 리스크관리 기법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민간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건당 대출액 규모가 커 대출 1건당 1,200만원정도에 불과한 국민주택기금보다 투자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올해의 MBS발행목표를 1조원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 2001년(7,427억원)과 2002년(5,281억7,000만원)의 발행실적보다 늘려 잡은 액수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있어 시중 금융기관들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분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부터는 MBS발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모코 혼자만으로는 장기주택대출 시스템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힘에 부치는 게 사실. 코모코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MBS시장의 저변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코모코의 MBS발행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주는 것이 선결과제다. 코모코의 MBS발행한도는 자본금의 20배로 제한돼 있어 MBS발행한도인 2조2,500억원(코모코 자본금 1,125억원)의 대부분을 이미 소진한 상태다. 증자나 기업공개 등을 한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 증가할 MBS수요를 맞추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 MBS발행규모를 자기자본의 222배, 홍콩도 50배로 정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국내 제도의 틀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이 사장은 “주로 MBS는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상품과 연계해 발행되기 때문에 채권부실화로 인한 투자위험성이 적기 때문에 자본금 대비 발행규모 제한을 좀더 완화해줘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각종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MBS에 우선 투자하도록 해 주택저당증권 시장의 저변을 확대해주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MBS는 장기간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하는 만큼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안성맞춤이다. 이 사장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로 MBS발행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장기주택담보대출 시장 자체도 활성화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조용하지만 소신있는 경영` 이영일 사장은 원칙과 상식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자다. 한국은행에서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정통 금융인으로 일하면서 몸에 베었던 원칙론을 코모코의 경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요란하게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게 그만의 업무 스타일이다. 그는 단기간에 실적만 높이는 가식적인 경영에 치중하기 보다는 조직의 내실부터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지난해엔 별도의 법무팀을 발족, MBS시장저변 확대를 위한 국내외 제도 연구를 시작했다. 아직 시장여건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MBS발행규모만 늘리기 보다는 국내 제도의 보완점을 지적해 시장의 기본체질부터 바꿔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사장이 금언으로 삼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 다는 사회적 상식을 철저히 따름으로써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업무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그는 사내 인사평가에 있어서도 이 같은 원칙론을 그대로 준용한다. 눈에 보이게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추진해가는 성실파를 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지나친 원칙론에 얽매여 조직이 경직화 되는 것은 지양한다. 사내 동료와 선후배가 인격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함으로써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심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사장은 금욕적인 성품 덕분에 곧잘 수도승에 비유되곤 한다.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될수록 자신에게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이에게 원칙을 강요하기 보다는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 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약력 ▲43년 전남나주 출생 ▲65년 서울 법대졸업 ▲71년 한국은행 입행 ▲77년 뉴욕사무소 근무 ▲83년 검사 제4국 은행검사역 ▲90년 외환관리부 부부장 ▲95년 검사 제5국 수석부국장 ▲97년 검사 제4국 수석부국장 ▲97년 목포지점장 ▲98년 호남본부장 ▲99년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 상근감사위원 ▲2002년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 대표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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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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