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 훈련기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T-50 고등훈련기를 비롯한 국산 무기의 해외 수출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군과 방산업계는 첫번째 우리 무기 수출이 성사될 경우 '무기 국산화' 사업은 물론 국내 방위산업 역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T-50을 생산하는 KAI에 우선협상대상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해왔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KAI는 오는 9월 이내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T-50 16대 4억달러, 수출 옵션이 최종 가격 '변수'=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T-50 수출 규모는 총 16대로 금액으로는 4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대당 가격을 2,500만달러로 계산한 액수다. KAI의 한 관계자는 "가격과 16대 구매는 변동이 없으며 기술지원과 인도조건 등이 주요 협상 포인트"라며 "3~5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류심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T-50이 러시아의 Yak-130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 실시한 인도네시아 현지 프레젠테이션에서 T-50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50은 유사시에 무기를 장착해 전투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다는 것이 KAI의 설명이다. 그러나 가격의 경우 변동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개발과 관련한 추가 옵션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자본투자와 기술ㆍ경제발전 노하우 전수를 골자로 하는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이 최종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깔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T-50을 유력 기종으로 선정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이 훈련기ㆍ잠수함ㆍ무전기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국산 무기 추가 수출, 긍정적 효과 '기대'=T-50의 우선협상대상 기종 선정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나긴 여정의 성과다. 지난해에는 높은 가격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싱가포르 훈련기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또 지난 2월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 사건이 국내 방산수출 전략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뻔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고비를 넘기고 KAI가 일정기간 배타적 협상 권리를 갖게 된 만큼 사업 주체로 낙점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T-50 수출이 최종 성사되면 그 파급 효과는 수출 금액을 훨씬 넘어선다는 게 업계의 일반론이다. 사상 처음 국산 무기 수출이라는 의미와 함께 세계 무기 시장에 우리 무기의 우수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추가 수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군당국은 이스라엘과 미국ㆍ폴란드ㆍ인도, 그리고 수출계약에 실패한 UAE 측에 T-50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선정한 것이 이들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