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은지 51년된 안양교도소 가보니] 8인실에 13명 빼곡… 곳곳 갈라진 벽 붕괴위험도

안전진단 결과 84동 중 50동 보수·보강 필요한 C등급

동네마다 교도소 유치 반대… 재건축 협의도 지지부진

"길거리서 죄수 수용할 판"

24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의 한 수용실의 내부. 낮 2시지만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스름하다. 안양교도소는 지어진 지 51년이 지나 건물 벽이 갈라지고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노후화가 심각하다 . /안양=연합뉴스

죄수들의 방은 상상했던 것보다 음침했다. 방문 맞은 편에 창문이 하나 있었지만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낮 2시인데도 오후 5~6시처럼 어두워 보였다. 방 안 온도는 건물 밖과 별반 다름 없이 쌀쌀한 정도였는데 한겨울엔 안에서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용실은 온돌 등 개별난방이 되지 않는다. 추워도 복도에 있는 라디에이터로 방 안까지 온기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다. 방바닥은 발을 구르면 진동이 전해져 올 정도로 얇았는데 이 때문인지 쥐나 바퀴벌레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교정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24일 법무부의 초청을 받아 서울경제 취재진이 방문한 안양교도소의 여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했다. 8명이 생활하는 방의 넓이는 24m². 모두가 한꺼번에 서 있을 때 한 명이 한 발자국을 떼면 누구에게든 부딪칠 정도로 좁았지만 이 방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같은 넓이에 13명이 생활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도소는 정원이 1,700명이지만 수용 인원은 1,834명에 이르기 때문에 비좁은 감방은 예사로운 일이라고 한다.


열악한 시설은 수용실 밖도 마찬가지였다. 복도나 계단은 곳곳에 벽에 금이 간 곳이 눈에 띄었고 천장엔 비가 샌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있었다. 수용실로 향하는 복도 한 면은 창문 대신 비닐을 붙여 찬바람을 간신히 막고 있었다. 내부는 최근에 청소를 한 듯 바닥이 반질거렸지만 건물 자체에 배어 있는 습하고 퀴퀴한 냄새는 막을 수 없었다.

교정시설의 현대화로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은 감방, 낡고 갈라진 벽 등은 옛말이 됐다고 안양교도소는 여전히 열악한 교도소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1963년 지어져 무려 51년이나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거나 예상치 못한 화마(火魔)가 덮치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실제로 안양교도소는 안전진단 결과 무려 전체 84동 가운데 50동(60%)은 보수ㆍ보강이 필요한 C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후화돼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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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교도소의 한 교도관은 "매달 자체적으로 안전 점검을 해 위험한 시설은 고치고 있지만 건물이 워낙 낡아 땜질 처방에 그치는 게 사실"이라며 "2001년 붕괴 위험이 있다고 진단 받은 교회당의 경우 노후화가 심해 수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혹시나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안양교도소 측도 이런 점을 잘 알아 1998년부터 신축을 추진해왔으나 지역 주민들의 이른바 님비(NIMBYㆍNot In My BackYard) 현상의 벽에 부딪쳐 10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시흥시와 안산시, 광명시 등으로의 이전은 후보지 주민의 반발로 물 건너갔고 2006년 기존 부지에 재건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안양 주민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법무부는 급기야 2012년 재건축 협의를 거부하는 안양시를 상대로 건축협의 불가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3월 승소했지만 재건축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안양교도소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광주교도소(1971년 설립), 전주교도소(1972년 설립), 부산구치소(1973년 설립) 등 노후화가 심각한 시설이 적지 않고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인원은 5만1,964명으로 수용 정원(4만6,430명)을 5,000명 이상 넘길 정도로 포화상태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교도소 신축은 녹록지 않다. 현재 교도소 신축ㆍ이전이 지연되고 있는 곳은 안양교도소, 거창구치소, 창원교도소, 부산구치소 등 4곳이나 된다.

같은 날 안양교도소를 찾기 전에 방문한 서울남부교도소는 2011년에 지어져 겉으로 보기엔 민간 연수시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번듯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교도소 바로 앞에 있는 체육 시설과 어린이집을 애용할 정도로 교도소 시설에 거북함이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지어진 교도소는 흔히 떠올리는 혐오시설과 거리가 멀다"며 "노후화가 심각한 안양교도소는 무엇보다 안에서 생활하는 수용자와 교도관들의 안전이 매일매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니 재건축을 위해 지자체의 통큰 양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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