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6일 8·15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히면서 "우리가 살 길은 경제통일"인 만큼 "기업들을 위해서도,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금 당장 5·24 조치는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여야 양당 대표 공동으로 대통령에게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5일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5·24 조치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으나 북측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해제 논의도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우리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 가한 대북 제재로 정치·군사적 신뢰 없는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 대북 정책이자 북한 정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엄중한 의미가 그 안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껏 북한은 우리가 내건 제재 완화를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충족시킨 적이 없다. 최소한의 여건 조성은커녕 천안함 폭침이 '날조'라고 주장하는 한편 연평도 포격조차 남측의 책임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있는 판이다. 최근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서도 북한은 우리 측 자작극으로 몰아갈 정도다.
이런 마당에 5·24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한다면 북측의 되풀이되는 만행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지 않는가. 심지어 대북 제재에 공조하는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신의를 깨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북과의 대화는 추구해야 하겠지만 원칙 없는 대북 제재 해제는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응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경제통일론'조차 남북 쌍방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