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단기 여수신 주력/“자금회수 쉽다” 대출등 종금식운용 확산

◎기업 자금압박 심화… 부도위기감 증폭은행들이 장기간에 걸쳐 자금이 묶이는 장기대출을 회피하고 조기 자금회수가 용이한 단기대출을 강화하는 등 은행 영업행태가 종합금융사와 같은 단자식영업으로 바뀌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도를 인정받던 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로 쓰러지고 시중자금이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MMDA)예금 등 초단기상품으로 몰리자 은행들은 신용·금리위험을 동시에 회피하기 위해 자금을 초단기로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해오던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가 단기화돼 갑작스런 자금압박으로 인한 부도위기에 이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은행들은 장기대출보다 자금회수가 용이하면서도 시장금리를 적용해 고수익도 올릴 수 있는 단기대출상품을 시판하면서 전체 기업대출금중에서 3, 6개월미만의 단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초단기상품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기간이 짧고 금리가 높은 콜이나 당좌대출로 돌리고 있다. 정부가 이미 은행권에 종금사의 고유업무였던 융통어음 할인을 허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단기대출 강화 움직임은 고착화될 전망이다. 조흥, 서울은행 등 일부은행에서는 융통어음을 담보로 기업에 단기자금을 대출하는 어음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들의 변화는 여신부문에서만 아니라 수신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무조건적인 수신늘리기 경쟁에서 탈피해 운용처를 먼저 찾고 자금을 조달하는 단자식 영업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즉 우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수급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면서 자금이 필요한 시점을 찾아내고 이에 맞게 예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면 예금은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며 『자금의 운용처를 먼저 찾은 후 예금을 조달한다는 생각이 은행권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자유화에 따른 고금리상품의 시판으로 은행들의 예대금리가 2%대로 하락한데다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부실여신이 급증, 수신보다는 여신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대금리가 적어도 3%대를 유지해야만 은행경영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얘기다. 이같은 은행들의 단자식 영업행태로 기업들의 차입금 구조가 단기화돼 안정적인 자금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기업부도가 종금사들의 갑작스런 자금회수로부터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은행의 단자식영업 강화로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크게 증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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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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