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난주 발생한 레바논의 피에르 게마일 산업장관 암살 사건을 떠올려봐야 한다. 반(反)시리아계 인사인 게마일 장관이 살해된 것은 레바논의 민주화 세력과 미국ㆍ유럽연합(EU)에 대한 공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방 정부들은 이 사건에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강경 이슬람 조직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이라크 무장단체도 후원하고 있다. 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상황이다.
중동의 헤게모니(패권)를 잡기 위한 이러한 무모한 도전들에 대해 미국은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동시에 미국이 이란과 시리아에 개입하려는 전략들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그런 와중에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이란에 대한 제재 노력은 중단됐고 시리아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응도 취하지 못했다.
이라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결성된 초당파적 기구인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은 이라크의 평화정착을 위해 워싱턴이 이란과 시리아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미국이 이라크의 내전 종식과 미군 철군을 위해 이란과 시리아와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방안은 지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인 해결 노력이 즉각적인 중동 평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 나아가 미국이 ‘당근’뿐만 아니라 ‘채찍’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란과 시리아가 깨닫지 못한다면 이들과 대화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주도의 강력한 유엔 제재가 없다면 이란은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에 핵개발 포기 대가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협상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도 국제적인 제재 결과를 염려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레바논에 대한 개입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과 대화에 나서는 것은 그들을 막기 위한 전략의 일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