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리빙 앤 조이] '알바' 가 '사업'으로 옥션의 학생 CEO

돈벌이에 정신 팔렸다는 편견은 사절<br>수익금 대부분 등록금·용돈으로 지출<br>취직해도 투잡 계획 '삶의 개척자들'

온라인에서 생계형 창업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학생들. 감자에서부터 면도기까지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들을 먼저 찾아내는 안목을 자랑한다. /김동호 기자

학생이 공부보다는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절대 칭찬 받을만한 일이 아니다. 공부야말로 학생의 본분이요, 아르바이트는 학비와 용돈을 벌고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는게 옳기 때문이다. 몇 해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연 매출 수 억원을 올리는 대학생들이 ‘대학생 재벌’이라는 별칭으로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들의 성공사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학생들을 부러움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봤다. 현재 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판매자로 나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대학생들은 과거의 ‘대학생 재벌’들과는 확연히 다른 온라인 판매자들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www.auction.co.kr)에서 짭짤한 벌이를 하고 있는 점은 같으나, 일단 매출액이 작고, 수익금은 학교 등록금과 용돈을 충당할 정도다. 남는 돈은 가족의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젊은이들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아니다. 공부도 잘 하고 아르바이트도 잘 하는 , 한마디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20대의 절반이 ‘백수’요, 전체 실업 중 절반이 청년 실업이라는 시대에도 꿋꿋이 삶을 개척하는 청년들을 만나봤다. ■석ㆍ박사과정 학비까지 벌겠다
인천대학교 공학계열 1학년 윤주현 씨(24)는 2004년 병역을 마친 뒤 바로 복학하지 못하고 등록금과 가족 생활비 등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온라인 판매다.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로는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 수 없어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이템 선정. 윤 씨는 9,500원 짜리 전기 면도기를 선택했다. “유행을 안타는 사계절 소비재를 취급해야만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면도기를 골랐습니다. 수입상을 돌아다니며 싸고 튼튼한 면도기를 골라 도매로 구매해 놓고 판매를 시작했죠.” 윤 씨는 현재 면도기를 팔아 한 달 매출 100만 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이 돈으로 등록금을 만들어 복학을 했고, 가족 생계에도 보탬을 줬다. 판매자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윤 씨는 ‘감동마케팅’ 전략을 썼다. 주문을 받으면 자필로 쓴 감사편지를 함께 배송하는 방식. 요즘 소비자는 프린트된 문서를 잘 읽지 않는다는데 착안했다. 윤 씨의 어머니가 무려 수첩 4장 분량의 편지를 직접 볼펜으로 써서 상품과 함께 포장한다. 윤 씨에게 공부도 잘 하는 지 물어봤다. 대답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학기에 공학계열 308명 중 1등을 했습니다. 다음 학기 등록금은 전액 면제를 받았어요. 석ㆍ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연구원이 되는 게 꿈입니다. 앞으로도 학비는 온라인 판매로 벌 생각입니다. 연구원이 되면 제가 직접 만든 상품을 온라인에서 팔겠습니다.” ■취직 후에도 투잡으로
우송정보대학 컴퓨터 정보통신학과 한의식 씨(23)는 조명 기구 등을 팔아 월 150만원의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씨는 평소 온라인에서 과일이나 의류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다가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템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골랐다. 조명기구 도매업을 하는 부친에게 상품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한 씨는 “아버지도 한 때 조명 기구 소매점을 하셨지만 하루 1~2개밖에 팔리지 않아 포기했었다”면서 “그러나 현재 온라인에서는 하루 평균 10개 정도 팔린다”고 말했다. 아버지 또한 아들 덕에 사업 영역이 확장된 셈이라 기뻐하고 있다. 한 씨는 마케팅에서 ‘상품 사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글보다는 사진을 보고 상품을 판단한다는 데서 착안, 다른 판매자보다 제품 사진을 잘 찍어서 포토샵으로 예쁘게 처리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한씨는 자신의 성공적인 창업에 대해 “주위에 온라인 판매를 권유하면 실패 걱정부터 한다“며“하지만 리스크는 그렇게 크지 않고 아르바이트 두세달 해서 모이는 돈이면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씨는 2년제 학교 과정 중 1등을 놓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장학생이며 취업 후에도 ‘투잡’으로 계속 판매 활동을 할 생각이다. 한 씨는 “온라인 판매는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포장 및 배송에 2~3분이면 충분해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씨의 여자친구 박주영 씨(22)도 한 씨의 권유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인천과 부평 등지의 액세서리 무역업체를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골라 현재 월 100만 원 정도를 팔고 있다. ■무료 시식 마케팅까지
충북대 미생물학과 이현석 씨(25)는 ‘청옥산 김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월 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께. 경북 봉화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에게 “직접 재배한 배추와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했다. 어머니는 평소의 음식 솜씨를 앞세워 식당을 차리려고 했으나 이 씨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부모 형제에게 보여주고 승낙을 얻어냈다. 처음엔 김치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무료 시식을 시작했다. 500g 들이 김치를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배송하는 이벤트를 벌인 뒤부터 주문이 늘어 돈을 벌게 됐다. 이 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김치 공장을 세우고 최근 인ㆍ허가를 마쳤다. 공장을 짓는 동안은 부모가 직접 재배한 감자를 팔아 재미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가족의 일이 농업이었다면 이 씨는 이를 농업을 기반으로한 제조업 및 유통업으로 넓힌 셈이다. 이 씨는 “아버지가 당뇨 합병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중에 새 사업이 잘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김치 청국장 등 전통음식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일을 하면서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현재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는 이 씨는 졸업 후엔 온라인 판매를 가족에게 모두 넘기고, 자신은 유통업체에 취직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이렇게 시작하세요
친근한 아이템…독특한 마케팅
온라인 판매를 해보려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아이템 선정부터 벽에 부닥친다.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고르는 데 성공해도 경쟁이 치열해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템을 골라서 독특한 마케팅을 펼치면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중가보다는 낮아야 한다=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구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시중가보다 싸게 팔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많은 판매자가 간과하는 부분이 배송비. 배송비 2,500원을 포함한 가격이 시중가보다 한 푼이라도 싸야만 온라인에서 팔린다. ▦초보자는 의류를 피해라=온라인에서는 의류를 파는 사람이 가장 돈을 많이 번다. 그러나 의류는 반품이 많아 초보자의 대응이 어렵다. 또한 계절과 유행에 따른 수요가 뚜렷해 재고 부담이 크다. 사계절 소비재이며 생필품이자 선물용품으로도 좋은 상품을 고른다. ▦감성 마케팅을 활용해라=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더 감성에 민감하다. 소비자가 판매자의 정성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포장과 배송, 반품 등에서 소비자를 감동시키면 소문이 금방 퍼지고 대량 주문으로 이어진다. ▦신용도를 유지하라=소비자의 불만과 반품 요구는 100% 들어주는 게 좋다. 특히 식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품을 잘못 대응해 신용도 유지에 실패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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