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워크아웃기업 그들이 돌아온다] <4·끝> 메디슨

R&D 주력·주인정신 무장 '위기 극복'<br>부도이후에도 감원·임금 삭감 않고<br>초음파 진단기기 분야 승부수 '적중' <br>"2010년 글로벌 1위업체 도약" 비전






[워크아웃기업 그들이 돌아온다] 메디슨 R&D 주력·주인정신 무장 '위기 극복'부도이후에도 감원·임금 삭감 않고초음파 진단기기 분야 승부수 '적중' "2010년 글로벌 1위업체 도약" 비전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1년 4개월여가 지난 2003년 7월16일. 메디슨의 강원도 홍천공장 문화관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로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인 ‘애큐빅스 XQ’의 발표회가 열렸다. 임원진을 비롯한 직원들이 모인 신제품 발표회는 그야말로 축제의 자리였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 기쁨, 그간의 고생 등 만감이 교차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적인 회사에서도 개발하기 어려운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 사장의 인사말에도 이런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모두가 믿지 않았습니다. 경쟁사들은 ‘메디슨이 프리미엄급 장비를 출시할 수 없다’고 고객들에게 장담했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습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 어떤 제품 보다도 뛰어난 제품을 우리가 개발했습니다.” 2년 4개월의 연구 끝에 나온 애큐빅스 엑스큐는 그해 메디슨의 수익률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특히 주력시장이었던 산부인과 영역을 공고히하는 동시에 심장내과ㆍ방사선과 시장에도 진입하게 한 촉매제였다. 동시에 메디슨의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초음파진단기기 집중, R&D로 승부수= 메디슨은 올 6월1일 법정관리체제를 종결하고 정상화됐다. 지난 2002년 1월말 부도로 그해 3월 법정관리에 돌입했으니 거의 4년 3개월여만이다. 부도 당시 채무액 3,500억원 가운데 채권단에서 출자전환한 규모는 2,000억원 정도. 나머지는 영업활동으로 채무를 갚아 나갔다. 메디슨은 정상화의 해법을 인원감축 위주의 구조조정보다는 주력사업인 초음파진단기기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에서 찾았다. 그 과정에서 MRI와 X-레이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의료기기 사업은 모두 정리, 역량을 초음파진단기기에 총동원했다. 실제 초음파진단기기 분야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은 2003년 8.2%에서 2004년 9.3%, 2005년 11.4%, 2006년 상반기 12.1%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법정관리 기업으로서 이례적일 만큼 영업에서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탄탄한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한 R&D 투자 덕분이다. 사실 메디슨이 부도-법정관리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은 이민화 전 회장 시절 과도한 벤처 투자로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2000년 초 코스닥 시장의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무렵 메디슨의 관계사는 무려 30여개사에 이르렀을 정도. 하지만 메디슨 자체의 펀더멘털은 우수했던 만큼 회복의 속도도 빨랐다. 연구개발의 성과가 애큐빅스 엑스큐를 비롯해 포터블 진단기기인 PICO, SA 8000, SA X4 등 신제품 출시로 이어지며 실적은 눈에 띠게 좋아졌다. 지난 2002년 1,101억원이나 됐던 순손실은 2003년 16억원으로 줄었고, 이듬해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서 2004년 453억원, 2005년 24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1~9월) 매출 1,259억원, 순이익 87억원을 달성했다. 부채비율도 2002년 1,728%에서 올 9월말 65%로 현저히 개선됐다. 메디슨 관계자는 “기술력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에 나선 것이 재기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2010년 세계 1위 도약”= 회사측은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조직문화를 더욱 끈끈히 다졌다. 부도 직후 자칫 직원들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인센티브를 마련할 지언정 임금 삭감ㆍ체불 등은 일체 없었다. 법정관리 기간 중에도 매년 한 차례 직원 가족캠프를 열어 회사와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애프터서비스 부서를 내부에 두는 등 고객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했다. 그래서인지 10여명의 책임연구원 중 법정관리 기간에 이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주인정신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메디슨은 창립 20주년인 지난해 7월 오는 2010년까지 초음파 진단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현재 7% 수준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려 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 25%를 달성한다는 각오다. 이승우 사장은 “이제 GEㆍ지멘스ㆍ필립스 등 선두권 업체에 바짝 다가선 상태”라며 “마케팅과 기술투자에 힘써 글로벌 리딩 기업들을 따돌리겠다”고 말했다. ● 글로벌 마케팅 능력 '막강' 세계 의료학술회의 후원 해외 법인만 10개 달해 매출중 수출비중 87% 지난 5월 말 메디슨의 임원진, 법인 직원, 영업사원들이 모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모였다. 세계초음파의학회(WFUMB 2006)의 메인 스폰서가 메디슨이었기 때문이다. WFUMB는 전 세계 6개 대륙이 연합한 세계 최대의 초음파 학회로 '초음파 의학 분야의 올림픽'으로 일컬어진다. 메디슨은 세계 32개국에서 초음파 의학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의사 600여명을 이 행사에 초청,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올 9월 런던에서 열린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11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의료기기박람회 등 세계 주요 전시회 및 학회 등을 돌며 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메디슨의 성장은 바로 이 같은 글로벌 마케팅 능력에서 나온다. 메디슨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2년 80%에서 지난해 87%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해외법인도 10개나 된다. 법정관리기간 중 프랑스ㆍ상하이 제2법인 등 4개 법인을 새로 설립했고, 지난해 말에는 유럽법인을 총괄관리하는 유럽본부를 마련했다. 메디슨은 부도 이후 경쟁사들이 '메디슨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구입하면 나중에 애프터서비스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등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다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현지법인이 없는 국가에서는 고장이 안난 초음파 진단기기도 사전점검을 해주고, 해외법인ㆍ대리점 직원들을 국내로 불러 서비스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고객인 의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객들의 호평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메디슨 관계자는 "초음파 관련 세계학회 지원, 유명 의사의 임상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펴 왔다"며 "이런 노력의 결과가 기업의 정상화로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앞으로 과제 주요주주 갈등 극복 '발등의 불' 메디슨은 올 6월 법정관리 종결과 함께 새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주요 주주들간에 갈등을 빚었다. 경영권을 가진 칸서스 사모펀드(10월 말 기준 23.15%)측은 법정관리 종결에 맞춰 이승우 공동대표(사주조합측)ㆍ이대운 공동대표(법원 선임), 상근이사 박근생 최고재무책임자(CFOㆍ칸서스측), 사외이사 2명(칸서스ㆍ신용보증기금측 각 1명) 등 5명으로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에 대해 메디슨 우리사주조합(지분 17.47%)은 "칸서스 사모펀드가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종결 후 대등한 권리를 갖고 경영활동을 한다'고 약속한 양해각서(MOU) 내용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이사진 5명 가운데 칸서스측이 2명으로 사주조합보다 1명 많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인 손원길 칸서스파트너스 대표가 맡아 균형이 깨졌다는 것. 칸서스측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구주 매입으로 사실상의 최대주주가 된 만큼 회사 회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없다는 점도 사주조합의 불신을 부채질했다. 칸서스 사모펀드는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된 신용보증기금(지분 25.74%)에 이어 2대 주주지만 중립적 입장을 가진 기금과 달리 경영권 확보 등을 목적으로 투자했다. 현재 양측은 기업의 가치 제고에 주력한다는 명분으로 더 이상의 갈등을 표면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잠복상태인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칸서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느 기업이나 주주들간의 이견은 있는 만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슬기롭게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메디슨의 성장을 위해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면 유상증자 등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슨이 거래소 재상장 기한인 내년 4월 말까지 재상장을 할 지도 관심꺼리다. 회사측은 "재상장이 신규상장보다 상장 요건이 간단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규상장을 하든, 재상장을 하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시기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1/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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