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전의혹' 수사 외압실체 완벽 규명 실패

철도공사측 "이의원 지원한다 믿고 사업추진"

50여일에 걸친 검찰의 유전의혹 수사가 외압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에 대한 내사중지 조치에서 보여주듯사건의 실체를 속시원히 규명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내사중지란 내사단계에서 피내사자의 혐의 입증을 위해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참고인을 소재불명 등 문제로 조사하지 못하거나 피내사자의 건강문제로 조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그 문제가 해결되면 수사를 재개한다는 전제로 사건을 한시적으로 종결하는 절차. 그간 이의원을 내사해온 검찰은 철도공사가 면밀한 사업성 검토도 없이 유전사업에 뛰어들어 거액을 손해보기까지 이의원이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허씨조사 없이는 결론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의원이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 등 철도공사 전현직 관계자들 배임행위의 공범이 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법적 판단은 유보됐지만 이의원이 철도공사 유전사업에 관여한 정황은 이날 발표를 통해 일부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전대월-허문석씨를 연결해주고, 11월 자금조달에 혈안이 돼 있던 허씨를 석유공사 관계자와 만나게 해준 사실 외에 이의원은 작년 10월8일 의원회관을방문한 전대월씨에게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진행상황을 물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11월8일 이의원이 허씨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등과 함께최종적으로 자금조달 방안을 협의한 부분도 새롭게 밝혀냈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에 참여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의원이 결정적인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왕씨는 지난해 7월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에게 "유전사업은 이의원이 전대월씨를 허문석씨에게 소개해 추천하는 사업"이라고 보고한 뒤 실제로 이의원이 사업을 지원하는지를 확인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김씨는 "이의원을 잘 아니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왕씨 등에게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왕씨 등은 이의원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김씨도 검찰에서 거의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실제로 이의원의 지원약속등이 있었는지, 아니면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이의원의 지원이 있다고 믿었을 뿐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유전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사전지시 등으로 사업에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왕씨는 지난해 8월31일 당시 철도청장이던 김세호씨의 지시를 받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김경식 행정관에게 유전사업 관련 업무보고를 하면서 대통령 러시아방문일정 및 의제확인을 요청했지만 김 행정관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 그러나 김행정관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작년 9월9일 전대월씨의 부탁을 받은 당시 청와대 최모 행정관으로부터 유전사업 진행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즉석에서 왕씨에게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고 확인해 준 사실이 밝혀져 상부보고 또는 추가조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했다. 또 계약해지 때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청와대 서범규 행정관이유전사업 계약해지 직전인 11월9일 왕씨를 통해 사업 추진 경위를 파악했지만 그것만으로 계약해지에 청와대가 관여했다고 유추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산자부를 위시한 정부의 유전사업 개입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명확한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이 작년 9월15일 김세호 당시 건교부 차관으로부터 유전사업협조요청을 받은 뒤 9월18일 대통령의 방러관련 사항을 점검, 보완하는 회의 진행중 철도청의 유전사업 현황을 파악할 것을 지시해 보고받은 사실은 드러났지만 그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던 것. 그리고 검찰은 철도공사가 산자부에 철도청 해외자원개발 사업계획신고서를 접수했을 때 신고서 수리가 되지 않자 허씨에게 조치를 취해줄 것을 부탁해 민원이 해결됐다는 왕씨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허씨를 조사하지 못한 탓에 유력인사의 영향력행사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허씨의 해외 도피 때문에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등을 통한 대출외압 의혹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허씨를 조사를 하지 않고는 결론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개입 부분도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은 이씨가 지난해 7월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허씨와 전씨를 함께 만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외에달리 사업에 개입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허씨의 출국(올 4월4일) 전 일주일 동안 7차례 허씨와 통화했지만 허씨를 조사하지 않고는 이씨가 허씨의 해외도피에 관여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국정원의 대출외압 의혹과 관련, 김세호씨가 철도청장 시절인 작년 7월22일 철도청 임원들과 동행해 우리은행 및 국정원 간부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유전사업 논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철도공사측이 이광재 의원이 사업을 지원한다는 `믿음' 속에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려고 정부협조를 구한 사실은확인됐지만 유전 계약 및 해지 과정에서 철도공사에 누군가가 압력을 행사했다거나사업추진을 도와준 외부의 힘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채 일단락 지어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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