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콜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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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우려가 경기하강 부담보다 컸다"
"하방 위험 생겼다"면서도 경기 낙관론 유지"연말 접근할수록 올리기 어렵다" 판단도 한몫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콜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이 여당과 정부 등으로부터 불어오는 동결의 외풍(外風)을 이겨냈다. 나름대로는 경기하강에 대한 부담을 무릅쓰고 ‘강수(强手)’를 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물가앙등에 대한 선제 대응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하강이 엿보이는 시점에서 “이번에 올리지 못하면 못 올린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한은은 다만 금리인상과 함께 통화정책의 정책기조 전환, 즉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예외적으로 강하게 밝혔다.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한 인식을 한은이 처음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때문에 8월 금통위의 백미는 정책기조 전환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 인플레, 후 경기’=이성태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경기 부분에서는 “하방위험이 생겼다”면서도 “성장궤도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는 종래의 낙관론을 재차 강조했다. 침체의 상황이 아니라 ‘소프트패치(상승기조 속 일시하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신 물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불안 상황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 첫머리부터 “7월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은 장마의 영향이 일부밖에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예전 연말 물가가 3%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나온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한은은 “근원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 모두 안정세를 보이지만 고유가에 따른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넘친다는 점도 한몫했다. 회사채 등 비금융 부문 유동성까지 포괄하는 광의유동성(L)잔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1,730조원으로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시중 유동성 흡수를 통해 자산 버블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온 점이 인상의 근거로 작용한 셈이다.
◇중립금리로 갈 마지막 기회=하지만 물가는 대외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지닌다. 한은에서는 최근 5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오면서 줄곧 ‘적정(중립) 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청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최소 4.5~5%가량을 우리 경제 상황에 맞는 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적정 금리 수준에 도달해야만 추후 경기가 급속 하강할 때 정책수단(금리인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이날 간담회에서 “물가ㆍ경기의 고려 요인도 있지만 과거 저물가 체제에서 생긴 경제구조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적정 금리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8월 이후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각종 경기지표들이 점차 둔화세가 완연해지고 있어 연말로 접근할수록 금리를 올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연내 추가 인상은 없을 듯=관심은 그렇다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느냐는 점. 이날 금통위 이후 이 총재의 간담회 초점도 사실상 여기에 맞춰져 있었다. 이 총재는 간담회 이후 기자와 따로 만나 “콜금리가 중립금리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추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뜻을 기정 사실화했다.
그는 앞서 간담회에서도 “그동안 콜금리 목표와 우리 성장 등과의 괴리를 좁히는 노력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됐다”고 말했다. 5차례의 금리인상 행진에 대한 중단의사와 함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으로 전환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공동락 SK증권 연구원은 “선제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경기둔화 리스크에 대해 통화당국도 인정한 만큼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 2006/08/10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