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서정명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부실 인선’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장관ㆍ차관ㆍ외청장 등 고위 공무원 인선을 빨리 끝내고 국정운영에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새로운 진용(陣容)이 갖춰지지 않아 ‘바퀴 빠진 수레’처럼 뒤뚱거리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사퇴를 선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고 황철주 중기청장 내정자도 주식 백지신탁에 발목이 잡혀 낙마하고 말았다. 이뿐이 아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고구마 줄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으로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조차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도 이런저런 의혹으로 국회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도 하지 못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한 달이 됐지만 정부부처 수장이 결정되지 않아 업무공백이 빚어지고 청와대와의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조속히 경제운영 방향과 액션플랜을 만들어 제출하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장관, 1차관도, 2차관도 자리가 비어 있다. 일하라는 지시만 있을 뿐 일꾼이 없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늦게 처리해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인선작업과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냉철하게 자문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개인수첩’에 의존해 인사를 해서는 안 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인선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본격 가동된다. 벌써부터 인사위원회 구성이 청와대의 소수 멤버들로만 구성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됐다는 점을 이유로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이 같은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인선 피로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제대로 된 인사위원회와 인선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