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더 편리해지면서 삶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이런 스마트폰이 있기까지 수십년 동안 수행된 기초과학 연구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수신기가 있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수신기는 지구 주위를 도는 24개의 GPS 위성 중 3개로부터 신호를 받아서 위치를 결정하는데 정확한 위치 추적은 각각의 위성에 장착된 원자시계가 있어 가능하다. 원자시계는 미국의 물리학자로 194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이작 라비의 핵자기공명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라비의 기술이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 기능으로 응용되기까지 6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기초과학 연구가 실제 생활에 효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초 연구가 바로 응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서로 연결하는 수많은 다른 연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의 기초과학 연구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가 응용단계로 갈수록 응용과학이나 공학 연구로 여겨지며 국가의 지원보다는 시장과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지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기초과학 연구가 응용 단계의 최종 파급 효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보다는 단축되고 있지만 수십년 후에 나타날 기초과학의 효과는 당장 가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라비도 핵자기공명 기술을 연구할 때 60년 후에 스마트폰의 앱에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초과학 연구의 가치를 당장 보이는 응용 가능성의 정도로 판단해서 정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의 연구를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새로 태어난 아기는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프랭클린의 이 말을 정리해보자면 시작 단계의 기초 연구를 갓 태어난 아기에, 그 연구의 계속적인 수행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를 그들이 나중에 자라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미리 판단하고 계산하며 키우진 않는다. 아이들이 커서 맡은 바 일을 하게 되는 것처럼 기초 연구로부터 시작된 연구들이 여러 과정을 거치며 그 결실이 여러 우리 실생활에 응용된다고 이해해보면 어떨까.
프랭클린의 다소 엉뚱한 이 비유에서 보면 새 정부의 정책 중 관심을 끄는 게 두 가지 있다. 5세 이하 유아에 대한 보육비 지원 사업과 '글로벌 엑셀(EXCELㆍExcellence and Competitiveness Endeavor for Leading Universities)'이라는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다. 전자가 각 가정의 육아 환경을 재정적으로 보조해 출산율을 증가시켜 미래 국가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후자는 연구개발에서의 아기 단계라 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의 토양을 다지기 위한 정책이다. 출산율의 저하는 다음 세대의 인구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경제활동 인구를 감소시키고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까지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어떤 한 시대에 기초과학 연구를 소홀히 하면 후대로 이어지는 응용 단계의 결실이 빈약해지는 부작용에 더해 후대의 기초과학의 연구 인력 양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업무 환경에서 출산율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듯 연구원들이 과다한 서류 처리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연구 환경에서는 좋은 연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두 가지 정책만으로 출산율 증가와 지속 가능한 기초과학 연구라는 목적을 단번에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정부 지원 사업이 보다 견고한 복지 정책과 연구 지원 사업의 시작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