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땅값 오르면 경제 치명타” 인식/가능한 수단 총동원 사전차단 주력/기존정책 짜깁기 불과… 실효성엔 의문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및 각종 개발사업 예정지역, 개발제한구역의 땅값 상승 조짐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아직 국지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부동산 10년 주기설, 신도시 입주 완료, 대통령선거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 불안심리와 겹쳐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칼을 빼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마당에 부동산값 마저 오를 경우 인플레심리확산등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보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했다.
정부는 우선 토지 및 주택의 수급상황이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부동산가격이 오를 요인이 크지 않은데도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심리와 이로 인한 가수요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다. 불안심리에 따른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그 첫째요, 주택 부족이 심각한 수도권에 공급량을 늘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둘째다.
가수요 차단책으로는 우선 지난 93년 정기과세후 부과하지 않았던 토지초과이득세를 다시 부과키로 한 것이 주목을 끈다. 토초세는 지난 90년 도입된 뒤 위헌 시비가 일어 9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을 만큼 강력한 땅투기 억제수단이다. 정부는 토초세법과 지가공시법을 개정, 위헌요인을 없앤 뒤 이번 대책에 전격 도입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 부동산양도 사전신고제, 부동산실명제 등의 제도를 철저히 운용하고 국세청과 합동으로 투기단속반을 수시로 가동하면 가수요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은 잡을 수 있다고 정부는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 정부는 주택과 택지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공급할 지역별 택지 규모를 제시, 국민들에게 집이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땅값과 집값이 상당폭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지난 95년 말 신도시 입주가 거의 끝났고 앞으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아파트도 기반시설이나 입지가 좋은 물량이 나올 수 없어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를 고려할 때 정부가 가수요는 차단할 수 있더라도 실수요에 의한 가격상승은 어쩔 도리가 없으며 실제로 실수요에 의한 가격상승 가능성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은 기존의 정책들을 짜깁기한 인상이 짙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나아가 정부의 대책이 예상하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일시적 엄포용으로 그친다면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주요내용/고속철 주변 내달 허가구역으로 지정/수도권에 미니신도시 40여곳 건설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토지거래허가제 효율적 관리=올해 지정 기간이 끝나는 허가구역 1만6천2백71㎢중 투기 요인이 남아 있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한다. 또 고속철도가 지나는 주변을 다음달중 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한다. 충남 천안과 아산을 중심으로 반경 5㎞중 아직 지정이 되지 않은 곳이 여기에 해당된다.
▲준농림지역 규제 강화=지난해 12월 개정된 농지법시행령에 따라 숙박시설, 호화 음식점, 공장, 판매시설, 창고 등에 대한 농지 전용 실태를 철저히 관리한다. 오는 3월까지 국토이용관리법시행령을 고쳐 준농림 지역에서 5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신축시 개발계획 수립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토지관련 세제 강화=땅값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을 지가급등지역으로 지정, 토지초과이득세를 예정과세할 방침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중인 「부동산양도 사전신고제」, 즉 등기 전에 부동산 양도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세무서에 신고토록 하는 제도를 철저히 시행해 부동산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자본이득을 환수할 방침이다.
▲투기단속 강화=토지와 주택으로 나눠 상시대책반을 편성, 투지 예상지역의 가격 및 거래동향을 감시한다.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47개 시·군·구에 단속반을 구성, 중앙 부처의 단속반과 수시로 합동단속에 나선다.
◇주택 및 택지공급 확대
▲주택건설=올해 공공주택 15가구, 근로자주택 5만가구 등 공공 부문 20만가구와 민간 부문 30만∼40만가구 등 모두 50만∼60만가구를 짓는다. 특히 수도권에 미니신도시 40여곳을 건설, 매년25만가구를 공급해 수급 불균형을 조절한다.
▲택지공급 확대=올해 필요한 택지 1천8백90만평(공공 1천1백40만평)중 7백80만평(공공 4백80만평)을 수도권에 공급한다. 98년 이후 수도권의 택지 소요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2002년까지 택지 4천2백50만평(공공 2천1백30만평)을 개발한다.
▲택지지구 신규 지정=16개 지구 7백35만평을 신규 지정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중이며 우선 올해 안에 분기별로 1백만∼1백20만평씩 모두 4백30만평을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