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절세·중위험 중수익 상품 품었다

■ 세제개편 후폭풍 한달… 시중 자금흐름 보니<br>월지급식 ELS 인기몰이 유전펀드·브라질 채권도<br>이달 2억이상 비과세 종료 즉시연금 하루만에 소진도


지난해 2월 만기 3년, 연 4%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에 2억원을 넣어뒀던 박모씨(58)는 연초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정부가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이하 금소세) 기준을 연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순식간에 과세 대상에 포함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박씨가 예금을 깨고 선택한 답안지는 3년만기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코스피200ㆍS&P500지수가 최초기준지수보다 55% 미만으로 하락하지만 않으면 연 6.5%(월 0.54%)의 수익을 보장하는 데다 이자가 달마다 지급돼 수익 발생 시기가 분산되면서 금소세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정부의 세제개편 후폭풍이 금융시장을 강타한 지 한달 만에 시중자금이 절세 상품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절세와 동시에 증시보다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몰리는 분위기도 뚜렷하다. 투자자들이 세금은 아끼고 리스크는 줄이는‘홈런보다는 안타’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월지급식 ELS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4ㆍ4분기 월지급식 ELS 판매량은 1,90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1월 한 달 동안 1,100억원이 넘는 규모가 판매됐다. KDB대우증권의 월지급식 ELS도 1월 한 달 간 2,500억원 정도 팔렸다. 월지급식 ELS는 기존 ELS와 달리 수익발생 시기를 매달로 분산해 한꺼번에 수익이 실현되는 것을 막아 금소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올해 첫 절세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유전펀드는 그야말로 대히트를 쳤다. 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한화증권이 공동 모집한 ‘한국투자 패러랠(Parallel) 유전 해외자원개발펀드’에는 4,000억원 모집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모였다. 유전펀드는 액면가 3억원 이하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5.5%, 3억원 이상은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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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브라질 채권도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동양증권의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00억원, 4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에는 무려 720억원치나 팔렸다. 브라질채권은 한국ㆍ브라질 조세협약에 따라 토빈세(6%)를 제외한 이자소득ㆍ매매차익ㆍ환차익에 비과세된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으로 19만명이 과세대상이 됐다”며 “이들은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세금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 유전펀드나 브라질국채로 뭉칫돈을 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제혜택 시한부 선고를 받은 즉시연금과 물가연동국채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2억원 이상 가입자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는 즉시연금은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미래에셋생명의 2월 즉시연금 판매 한도(80억원)는 1일 하루만에 다 소진됐다. KDB대우증권의 물가연동국채 판매액은 지난해 12월 150억원에서 올해 1월 250억원으로 한 달만에 100억원이나 껑충 뛰었다. 물가채는 2015년 발행분부터 원금 상승분에도 과세된다.

한달 동안의 자금 흐름을 보면 위험성이 높은 주식시장보다 중위험ㆍ 중수익 상품에 집중되는 분위기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KDB대우증권에서 최초로 판매되고 있는 터키채권은 중위험ㆍ 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되며 지난 달 판매 이틀 만에 1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터키채권은 브라질 채권과 달리 절세 혜택이 없고 이표금리(연 8.5%)도 낮지만 토빈세(6%)가 없고 시중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을 제공해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절세 및 중위험ㆍ중수익 상품 트렌드가 계속될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 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현재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절세’로 올해 3월부터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비과세 재형저축상품으로도 관심이 몰릴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시장금리를 초과한 수익을 제공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도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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