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가 모처럼 검토실에 들어왔다. 서반의 진행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역시 하네는 고수야. 우변에서 벌써 한 건을 했구먼. 흑이 발목을 잡힌 꼴이잖아."(서봉수) 하긴 그렇다. 우변의 흑은 확실히 중복형이다. 상대적으로 백의 외세가 훤칠하다. 흐름을 백이 타고 있다. 흑45는 화급한 자리. 백46으로는 48의 자리에 모자부터 씌우는 것도 유력하지만 실전처럼 46부터 두고 계속해서 48로 씌워가는 컴비네이션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정처없이 쫓기다간 대세를 그르칠 것 같다고 생각한 강동윤이다. 흑51로 붙여 제자리 안정을 서두른 것은 일단 현명한 착상일 것이다. 백52는 당연한데 백56으로 제꺼덕 끊은 수가 불찰이었다. "하네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입니다. 영양가 없는 자리를 끊다니. 득보다 실이 더 큰데요."(유창혁) 백54로는 그냥 58의 자리에 가만히 뻗어두는 것이 정수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아예 손을 빼어 참고도1의 백1,3으로 모양을 갖추는 것(유창혁9단이 제시한 그림)이 현명한 방책이었다. 흑4에는 백5,7로 받아서 충분했다는 것. 실전은 우선 흑59로 활용되어 안형이 생길 여지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참고도2의 흑1 이하 7로 끊는 뒷맛이 생겨 백도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그럼 백62의 시점에서 흑이 유망하게 되었다는 얘기야?"(필자) "그건 아녜요. 백이 좋은 흐름이었는데 그걸 순식간에 까먹고 이젠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지요."(윤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