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밀린 숙제나 잘하지

‘7% 경제성장률 달성’ ‘빈부격차 해소와 70% 중산층 시대’ ‘매년 50만개씩 250만개 일자리 창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최근 정책토론회를 시작한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아니다.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 측 후보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내걸었던 주요 경제 공약들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2002년 7%에 달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3.1%로 급락했다가 이후 4~5%선에서 안착했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청사진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빈부격차 해소는 두말할 것도 없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 결과, 월평균소득 200만~499만원의 이른바 ‘중간소득계층’은 2003년 당시 52%에서 지난해에는 50% 미만으로 줄었고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79%에서 74%로 감소했다. 3년 전까지만해도 ‘자본주의’ 하면 ‘물질적인 풍요’를 연상하던 국민들이 이제는 ‘빈부격차’를 떠올린다고 한다. 고용은 더 큰 문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는 연간 30만명으로 공약에 비해 크게 후퇴한 상황이지만 이미 반년 이상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3%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일자리를 못 찾아서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기업들이 ‘기업하기 쉬운’ 나라로 떠나고 국내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으니 고용이 늘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잘 지켜진 경제 공약도 많다. 주5일 근무제가 확실하게 정착했고 재벌개혁에도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10개월 가까이 남은 노무현 정부가 꼭 해야 할 과제들이 무척 많이 남아 있다. 현 정부는 정권 말기마다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도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 남아 있는 힘을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경제문제 해결에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부의 모습은 밀린 숙제는 제쳐두고 또 다른 ‘새로운 숙제’에 매달리고 있는 꼴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느닷없이 사회이슈가 된 기자실 통폐합 문제는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정부 부처의 기자실을 없애는 것일까, 조금 더 안정된 경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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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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