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억의 파편 모아 사람 이야기 만들죠"

'사진 조각가' 장승효의 작품세계<br>섬세하고 저항적인 사진 콜라주<br>젊은 캐릭터들에 특히 인기<br>구상에만 4개월 걸린 '피아노'<br>내달 1일 평창 가나아트서 전시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로 인간의 심원을 들여다봤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살과 뼈와 피' 혹은 '정신과 육체' 등 몇몇 답을 기대할 수 있다. 작가 장승효는 경험의 감각과 기억의 이미지가 모여 총체적 인격을 이룬다고 굳게 믿는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오려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그의 사진 콜라주 작업은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홍익대와 뉴욕대(NYU)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돌이나 흙이 아닌 사진을 재료로 작업하기 때문에 '사진 조각가'로 불린다. 지난 주말 찾은 경기도 하남시 뮤라섹(mulasecㆍ액자기법의 일종) 공장에서 장승효는 피아노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삼익악기에서 의뢰받은 '작품을 입은 세상에 하나뿐인 피아노'를 만드는 중이다. 작품 구상에 4개월이 걸렸고 본격적인 제작은 한 달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배달된 매끈한 피아노에 '플라스틱 페이퍼'를 붙여 볼륨감을 만들었다. 피아노에 부여된 인격은 '겨울'. 베니스와 뉴욕 등지에서 찍어온 도시의 겨울 사진으로 피아노를 뒤덮었다. 새에게 깃털을 하나하나 심어주는 듯하다. 주변에는 오려놓은 사진조각이 수북하다. 대도시의 겨울이 외로움과 상실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워싱턴에서 촬영한 벚꽃들이 눈처럼 펼쳐져 있다. "어떤 사건이나 특정 장소에 내가 있었음을 기억하는 파편들이 모여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죠. 내가 본 세상이 곧 '나'입니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 작품을 만듭니다. 화가에게 물감이 있다면 내게는 (내가 찍은) 사진이 있고, 나는 온 세상을 찍으러 다니니 결국 이 세상 전체가 저의 물감인 셈입니다. " 97년 '한국구상조각대상전'에서 특선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는 한동안 대형 야외조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품 스케일이 커져가면서 내용적 제약도 늘어난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유학을 결심했고 유학 중에는 유럽과 미주를 여행하며 사진 찍기에 심취했다. "내가 본 이미지를 죄다 사진에 담았는데 나중에는 이 사진들을 몽땅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작품에 담기고 시간과 공간, 하늘과 땅, 평면(사진)도 입체(조각)도 모두 하나가 된답니다. " 건물이 팔뚝을 만들고 꽃이 머리카락이 되고 축구공이 눈동자로 박힐 수도 있다. 물론 색감, 명암, 형태, 의미를 모두 생각해 사진을 오리고 또 붙이기 때문에 작업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로봇과 기계를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미래적 상상과 복고적 향수가 공존하는 이미지가 이뤄졌습니다. 나중에는 다양한 사람들 참여시켜 각자의 눈으로 본 사진들로 만드는 '참여형 작품'도 시도할 계획이에요."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저항적이면서 세련돼 특히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다. 피아노 뿐 아니라 자동차, 책상 등 어떤 것이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지상욱ㆍ심은하 부부에게 제공받은 청담동 작업실과 일산, 하남시를 오가며 신작을 만드는 중이다. 사진을 붙여 만든 작품은 피그먼트 프린트와 뮤라섹 기법으로 마감처리해 변색이 없고 내구성이 좋다. 청담동 살롱드에이치에서 30일까지 전시가 열리고 피아노는 11월 1~7일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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