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한 쪽방. 주가조작꾼인 김모(49)씨가 임시 사무실에 컴퓨터 13대를 설치하고 전직 증권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 주가조작을 하다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전격 검거돼 12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금융감독원을 통하지 않고 현재 진행중인 주가조작사범을 현장에서 체포한 최초의 사례로 증권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주가조작을 하다 집행유예 상태인 김씨는 수십 개의 증권계좌를 만들어놓고 지난 2월부터 코스닥등록사인 D공업 주식을 통정매매(서로 짜고 사고 팔고 하는 것)나 허수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가격을 3배나 끌어올려 폭리를 취했다. 한두 달 간격으로 범행장소를 옮기고 인터넷 회선도 자주 바꾸는 등 단속을 피해온 김씨는 지난 2년간 5개 종목의 주가를 조작, 4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김씨는 특히 등록 된지 2년이 안돼 대주주 보호예수 물량이 많이 묶여있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컴퓨터 IP추적을 통해 김씨를 검거하게 됐으며 그의 공범과 사채업자 등 전주 등에 대해 계속 추적하기로 했다. 이인규 금융조사부장은 “그 동안에는 범행 후 한참 지나 금감원 조사를 거쳐 통보를 받아 주가조작 꾼들이 이익을 보거나 도망간 뒤 수사를 했다”며 “이번에 현재 진행중인 사법을 현장에서 체포함으로써 꾼들에게 경종을 울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는 이에 앞서 작전세력과 결탁해 직접 주가조작에 가담한 텔넷아이티 최가열 사장(구속)을 상대로 주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6억7,000만원을 뜯어낸 이단영(44)씨를 구속기소 했다. 또 코스닥등록사인 I사 주가를 허수주문, 통정매매 등을 통해 조종, 8억7,000만원의 차액을 챙긴 김용택 전 H증권 투자상담사 등 3명과 코스닥법인 T사의 주가를 조작, 11억원을 챙긴 김기명(37)씨를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가장납입으로 넥스젠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뒤 1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받아 3억원을 횡령한 혐의(배임)로 주진혁 인터넷트레이딩 사장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기지개를 켜려는 일부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여전히 코스닥 시장 등에서 주가조작 작전세력이 근절되지 않고 기업형 구조로 보다 교묘해지고 있다”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