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안압 정상이더라도 녹내장 조심을"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 매년 급증해 절반 육박<br>뚜렷한 자각증상도 없어, 고위험군 年2회 검진을

최근 안압은 정상이면서도 녹내장인 '정상안압녹내장'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4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은 연 2회 이상 안과에서 규칙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정희(34ㆍ여)씨는 최근 라식수술을 결심하고 안과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뒤 의외의 검사결과에 화들짝 놀랐다. 안구 내 압력을 일컫는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 진단을 받은 것. 보통 녹내장은 안압이 올라가 시신경등을 손상시켜 시야감소 및 실명에 이르는 병으로 알려졌으나 이씨의 경우 안압은 정상이나 시신경이 손상돼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이렇다 할 자각증상이 없던 이씨는 이미 오랫동안 녹내장이 진행된 상태여서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안압은 정상이면서도 녹내장인 환자 급증=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안압은 정상인데도 시신경 손상과 시야장애가 진행되는 이른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상안압녹내장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병을 키우기 쉬운 게 특징이다. 을지병원 안과 이현주 교수팀이 세계 녹내장의 날(12일)을 앞두고 최근 3년 동안 내원한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상안압녹내장 환자 수는 지난 2007년 545명에서 2009년 1,17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09년 정상녹내장 환자 수는 같은 해 병원을 찾은 전체 녹내장 환자의 48.5%로 절반에 육박한다.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의 연령비율은 50~70대가 가장 많았지만 40대 이하 젊은 환자도 7.5%로 나타났다. 이현주 교수는 "40대 이하 젊은 녹내장 환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검진 기기의 발달로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망막을 구성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됨으로써 시야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녹내장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자각증상이 없어 방치하다가 근시나 기타 안질환으로 내원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은 연 2회 이상 안과 정밀검진 받아야=녹내장은 방치할 경우 실명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할 경우 시야감소 등 증상악화를 막을 수 있다. 녹내장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만 40세 이상의 성인과 당뇨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경우, 집안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 손발이 심하게 차거나 원인 모를 편두통이 심한 사람은 1년에 2회 정도 규칙적으로 안과에서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하라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검진을 받고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처방도 되도록이면 안과에서 눈의 상태를 살핀 후 받는 것이 녹내장 조기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녹내장은 말기가 되기 전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정상안압녹내장은 편두통이 간혹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전조증상이 없는 만큼 정기검진만이 조기발견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레이저 시신경유두 분석기나 빛 간섭 단층촬영기, 주사레이저 편광측정기 등 다양한 장비를 통해 시신경 등의 미세한 변화를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녹내장의 조기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는 시신경의 혈류개선을 돕는 약제나 신경보호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 교수는 "녹내장 환자는 자칫 실명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 쉬우므로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며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흡연은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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