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과 은행의 고금리 특판 영향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다. 10월 한 달간 은행 예금에 22조원이 몰린 반면 주식형ㆍ채권형 펀드에서는 9조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은 21조8,000억원 증가해 지난 9월의 7조4,000억원에 비해 3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9월 2조원에 불과했던 정기예금 증가액은 10월에 19조원으로 불어나 지난 1월(20조4,00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는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전달보다 각각 3조5,000억원, 2조2,000억원 급감한 3,000억원, 7,000억원 순발행에 그쳤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펀드에서는 자금 탈출 행진이 이어졌다. 주식형펀드는 9월 –1조1,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이탈 규모가 커졌고, 채권형펀드도 2조7,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혼합형펀드와 신종펀드 역시 각각 2조7,000억원, 1조1,000억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만 12조3,000억원이 몰려 최근 금융시장 위기에 따른 투자자금의 불안심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전달 5조원에서 10월 7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은 5조원이 증가해 200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월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자체 조달해왔으나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을 통해 운전자금을 미리 확보한 것 같다”며 “일부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위해 은행에서 1조원가량을 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정부의 중기 유동성 지원대책 등에 힘입어 9월 1조9,000억원에서 10월 2조6,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주택거래가 뜸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부진해 9월 2조1,000억원에서 10월 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