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SK의 앞으로 50년의 과제는 뭘까. 바로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이 되는 것이다.
SK가 생각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은 단순히 세계 각지에 소규모 지점이나 법인을 만들어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SK와 같은 규모의 기업을 해외에 설립, 거점이 필요한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SK는 이를 위해 우선 2010년까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사업을 주력으로 생명과학 사업 기반을 확충하고,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해 아시아시장에서의 리더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생명과학 사업을 앞세워 2030년까지 `현지기업 SK`를 해외 곳곳에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SK의 청사진을 볼 때 SK가 생각하는 중국사업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가 중국 사업의 목표로 `중국 내 또 하나의 SK`를 건설하겠다고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SK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철저한 현지화`와 `중국과 한국, SK의 공동 발전`을 사업원칙으로 정했다.
손길승 SK회장이 “중국사업에서 얻어지는 이익 모두를 중국에 재투자해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중국 기업 SK`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은 SK가 구상하는 중국 사업방향을 잘 알게 한다.
SK는 이 구상을 바탕으로 `중국기업 SK`의 기업가치를 오는 2011년까지 140억 위앤(2조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생명과학
▲도로 및 자동차 유관사업을 3대 전략사업으로 정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에 따라 기존 1,2차 산업 중심의 경제활동이 선진국형인 3차 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SK의 주요 사업 모델인 3차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SK가 중국에서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정보통신 분야. 경쟁우위가 뚜렷하고 중국도 정보통신 사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가 추진하는 정보통신 사업의 최종 목표는 중국에서 `종합 모바일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SK는 이를 위해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정보통신 기반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정보통신 터미널
▲네트워크
▲플렛폼
▲응용 컨텐츠
▲모바일 포털
▲컨텐츠 등을 중국에서 가능한 6대 사업으로 선정했다.
SK 관계자는 “이 사업들은 SK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선 현지 업체와 제휴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여건이 성숙되면 정보통신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금융,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의 사업모델을 개발, 중국 최고의 종합 모바일 사업자로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생명과학 사업도 SK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SK의 미래 핵심 경쟁력이 여기서 나올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이를 위해 `중약(中藥)을 세계 무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의약과 의술을 활용해 세계인들에게 적합한 의약품을 개발, `중약을 세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 관계자는 “생명과학 사업은 SK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사업분야”라며 “지난해 상하이에 세운 신약개발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중약을 상품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와 에너지 사업을 연계한 도로 및 자동차 관련 사업도 주목되는 분야다.
SK는 이 사업의 확대를 위해 우선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와 자동차 윤활유 사업을 통해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도로와 자동차 관련 사업인 에너지, 자동차 서비스, 지능형 교통운영 시스템 등 복합적인 물류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SK가 생각하는 도로 및 자동차 관련 사업은 그룹의 핵심 역량인 에너지, 정보통신, 건설사업을 연계한 것으로 중국이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짐에 따라 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SK는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수하고 검증된 SK경영 배우기 中기업들도 혈안"
씨에청 SK 차이나 대표
“완전한 `중국기업`을 만들어 중국경제발전에 기여하는 SK를 만드는데 주력하겠습니다.”
SK의 중국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씨에청 SK차이나 대표는 “SK가 중국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사업 목표는 `중국에 또 하나의 SK그룹`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을 고객으로 중국인에 의한 세계일류 기업을 만들어 나가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SK는 이 목표 실현을 위해 중국 사업전략의 기저를 `철저한 현지화`에 두고 있다. 경영까지 완전히 중국인의 손에 맡겼다. 중국 칭화대학과 미국 퍼듀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뒤 인텔차이나 부사장으로 인텔사의 중국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씨에청씨를 SK의 중국 사업을 이끌어 나갈 SK차이나 대표로 임명한 것은 `중국인에 의한 SK를 건설하겠다`는 SK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씨에 대표는 “SK차이나는 한국에서 기술과 자본만 가지고 오고 경영은 철저히 중국인 손에 맡기는 형태로 운영되고, 여기에 SK의 독특한 관리시스템 및 목표의식만 중국인들에게 전수할 것”이라며 “이 같은 현지화방식을 통해 SK차이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브랜드와 경영철학만 가지는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에 대표는 SK 경영기법 대해 “지난 30~4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구축된 것이라 매우 우수하고 검증된 기법이라 중국 기업들도 이를 배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씨에 대표는 “하지만 SK 경영기법은 중국 현지화 과정에서 일정기간 시험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현지실정에 맞는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 중국사업 현주소에 대해서는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영역은 기술, 자금, 관리, 운영 등 SK가 가진 자체 노하우와 경쟁력을 이용해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생명공학 사업도 단계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면서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앞으로 5~10년 내에 SK가 생각하고 있는 목표이상으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씨에 대표는 특히 “SK의 중국 사업전략에 대해 중국 관료 및 언론이 호평하고 있는데다 공익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다져진 SK의 좋은 기업이미지가 `중국기업 SK`를 건설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사회에 공헌하고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심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SK사태와 관련해선 “지난 몇 개월간 사업추진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룹자체가 독립된 각 관계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SK의 기본경영원칙과 중국 사업전략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목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SK 중국 사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났습니다. 이젠 SK그룹의 중국사업이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비약을 실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앞으로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영역을 주력사업모델로 삼아 이 사업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직 밸류체인의 산업화를 실현할 것입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