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투사 자금난 설상가상

내년부터 9,000억원에 달하는 벤처투자조합의 만기가 속속 돌아옴에 따라 창투사들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된다. 23일 창투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침체로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투사들은 내년부터 9,000억원 규모의 조합들이 잇따라 해산됨으로써 조합투자 손실분을 충당하거나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1999, 2000년 코스닥열풍을 타고 높은 배수로 벤처투자에 나섰던 일부 중소 창투사들은 결성조합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합청산기간을 연장하거나 구주매도에 나서는 등 부실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합해산 잇따를 듯=지난 1999, 2000년 국내창투사들은 264개의 조합을 대거 결성, 9,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벤처에 투자했다. 그러나 보통 만기 5년 이하인 이들 조합들은 내년부터 청산이 시작되지만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일부 창투사들은 회사의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창투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벤처투자 외에 기업구조조정이나 기업인수합병(M&A) 사업으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지만 중소형사들은 자본금이 잠식되거나 적자규모가 커서 아예 회사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창투사들은 조합 결성 시 결성금액의 10% 가량을 의무적으로 출자해야 한다. 조합이 적자를 내는 등 부실할 경우에는 창투사가 출자한 돈으로 우선 손실분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창투사들은 운영수수료 수입은 고사하고 출자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일부에서는 코스닥 등록요건이 강화된데다 내년부터 부실조합 만기가 잇따라 돌아오면서 현금흐름 불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장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상구가 없다=조합해산을 앞두고 이들 창투사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일부 창투사들은 적자가 불가피한 조합을 청산하기 보다는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어 1~2년 청산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9,000억원 이상의 조합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컨더리펀드 규모는 1.000억원에도 미치지 않아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중소 창투사들은 대형 창투사를 찾아가 구주를 다시 매입해 줄 수 없느냐며 헐값에 주식을 내다파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조합원들을 설득해 조합차원에서 증자를 해 기존 벤처회사에 재차 투자하면서 투자배수를 줄여나가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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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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