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 8월에 1년 전에 비해 7.5% 상승,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내수업종인 소매업은 1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다.
생산활동에 대한 고용유발 정도를 나타내는 고용계수는 갈수록 하락, '일자리 없는 성장' 현상이 고착화되고 고정자산에 이어 무형자산마저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경제호는 저성장ㆍ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지표들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들여다보기 민망할 정도다. 나아지는 듯하던 내수는 뒷걸음질쳤다. 서비스업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려왔던 운수업마저 퇴조 기미가 확연하다. 수출둔화 탓이다. 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성장력을 나타내는 무형자산도 감소세가 확연하다. 경기회복의 복원력마저 상실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내수의 중심지표인 서비스업은 통계청이 수치를 내놓은 지난 200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는 수요부진에 신차 출시를 앞둔 대기수요까지 겹쳐 9.0%나 줄었다.
신형 쏘나타와 스포티지 등이 8, 9월에 나왔기 때문에 통계가 후행했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감소폭이 지나치다. ‘장바구니 경기’의 위축은 더욱 심각하다. 백화점ㆍ할인점 등 종합소매 부문은 7월 중 1.8% 감소, 6월(-0.9%)보다 더 부진했다. 사교육 대책으로 교육서비스업도 7월 중 9.6%나 줄어들며 사상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대목은 일하는 사람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의 추락이다. 그나마 매출이 좋았던 제과점업이 15.3%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반음식점도 -1.9%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주체들의 의욕도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고 신용보증기금이 1,7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ㆍ4분기 중소기업 경기실사지수도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3ㆍ4분기의 56 이후 가장 낮은 81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물가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달은 데 이어 생산자물가마저 98년 11월 11.0%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간 물가억제 목표(3.5%선)를 또다시 수정해야 할 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투자다. 7월 산업용 기계장비 임대업은 전년동월보다 22.9%나 감소했다. 기업은행이 97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하반기 설비투자를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인 업체의 비율은 44.4%로 상반기의 54.9%보다 10.5%포인트나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창출에 필요한 지적재산인 무형자산마저 8% 가까이 감소,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현실로 드러났다.
추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대처방법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은행)이 서비스업 등에 대한 대출을 회수, 부실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펀드 등 직접적인 신용공급체계를 만들어 이들 업종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고용과 직결되는 서비스업의 붕괴는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