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사 공동경영체제 기아특수강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현대·대우 지원으로 자금난 부담은 덜어/적과의 동침 성공사례 없어 성과 미지수/채권단과 협상·기아자 행보가 진로좌우현대와 대우, 기아 등 3사의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선언에 따라 극심한 경영난을 겪던 이 회사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대와 대우자동차의 참여로 경영정상화까지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후광(신용도)에 힘입어 자금난에서는 한발짝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사상 「적과의 동침」이 성공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현대·대우·기아가 각각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들이 공동경영에 돌입하더라도 큰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구체화될 현대­대우­기아간의 특수강 공동경영 협상이 기아그룹과 채권은행단의 협상추이 및 삼성그룹의 반격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와 대우가 기아특수강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기아특수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아특수강이 현대와 대우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특수강의 경영안정은 기아그룹의 정상화에도 큰 보탬이 되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와 대우가 기아그룹과 동등한 지분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이들이 1조3천억원에 이르는 특수강의 부채에 공동책임을 지게 되고 채권금융단은 이들의 신용을 바탕으로 후속 자금지원을 결정한다는 것. 따라서 기아특수강이란 뇌관은 폭발의 위험으로부터 일단 한걸음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아특수강에 대한 현대와 대우의 지원은 한시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 인수 움직임에 쐐기를 박기 위해 기아의 「특수강 고통」 분담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1조원이 넘는 부담을 함께 걸머질만한 가치가 이 회사에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다. 따라서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협상은 기아자동차의 행보에 따라 진로를 바꾸는 「눈치보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기아와 채권은행단의 협상이 혼선을 거듭한다면 3사간 공동경영 협상 또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3사 공동경영을 이끌어낸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지난달 31일 긴급회동에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진 「모종의 합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상복 기자> ◎공동경영사례 한국카프로락탐/74년 코오롱등 3사서 인수/「원료 안정확보」 이점불구/경영권분쟁등 부작용 노출 현대와 대우가 기아자동차와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키로 함에 따라 지난 74년 나이론 3사가 인수한 한국카프로락탐의 경영 사례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카프로락탐은 나이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 독점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로 지난 74년 민영화됐다. 민영화 당시 나이론을 생산하는 동양나이론(현 효성T&C), 코오롱, 고려합섬(현 고합)이 각각 20%, 18%, 7%의 주식을 인수, 공동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방식이 국내에 첫 도입됐다. 이들 나이론 3사가 거둔 가장 큰 소득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국내 나이론원료의 30%를 공급하고 있는데 경영 참여 3사에 지분률에 따라 원료를 배분하고 있다. 특히 원료를 수입산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태광산업 등 다른 나이론 생산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이와함께 효성 등 3사는 장치산업에 대한 단독 투자의 위험성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3사 공동 경영방식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신규 투자 등 핵심 결정사안을 놓고 곧잘 이견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에는 효성이 원료확보물량을 늘리기 위해 전체 지분의 30%가량을 매집하자 코오롱측이 고발조치와 함께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나중에 효성측이 매집 주식을 되팔면서 분쟁은 종결됐지만 경영권 분쟁은 공동경영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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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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