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펀드 구제, 큰 틀에서 봐야

파이낸셜타임스 8월 16일자

‘파도에 전복된 배를 구하는 것이 밑에 큰 구멍이 뚫린 배를 구조하는 것보다 훨씬 실리적이다.’ 최근 펀드 부실을 겪고 있는 은행들은 이 같은 메시지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당장 펀드를 구제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손실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기지론 등과 연계된 증권이 신용시장 경색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많은 펀드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마다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게 나타난다. 베어스턴스는 파산을 맞은 두개의 펀드에 16억달러의 자금을 댔다. 골드만삭스도 자사의 헤지펀드인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니티에 자체자금 20억달러 투입을 결정했다. 반면 BNP파리바 등 다른 은행들은 부실 펀드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중지했다. 펀드구제는 투자자 및 펀드매니저들이 리스크가 높은 대상에 투자하는 습관을 부추김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첫째, 베어스턴스와 골드만삭스의 구제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의 자금투입은 강제적인 자산매각을 줄임으로써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두번째,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중앙은행이나 모회사가 개입하면 해결된다는 펀드매니저들의 안일한 생각도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베어스턴스의 랄프 시오피 대표의 경우 부실 펀드의 총괄자로서 앞으로 그의 커리어는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 다음으로 모회사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를 다시 늘리게 되면 은행은 수수료 등 거래업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베어스턴스와 골드만삭스는 한 발 앞선 것이다. 다만 은행 측은 자금의 이러한 긴급 유동성을 책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베어스턴스가 투입한 16억달러 대출은 전체 자산 4,233억달러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20억달러는 주식형태로 묶여 있는 자금 358억달러의 일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 그래도 이는 은행들이 최악의 상황을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만약 콧대 높은 투자은행이 물이 새는 당신의 배에 타려 한다면 그 배에 남는 것이 아마도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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