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실이 더 심해지면 이를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내년 우량 물건이 저가에 쏟아져나올 것에 대비해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올해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뉴욕등 빌딩 매물 증가속
세계적 부동산 서비스社
국내 기관과 직접 접촉도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내년 최고 2배 늘리기로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외곽뿐 아니라 뉴욕 등 중심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도 국내에서 투자자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욱 한화63시티 차장은 "지난해 금융위기 전에도 미국의 빌딩 매물이 꾸준히 나왔지만 당시에는 중심지가 아니라 변두리가 대부분이었다"며 "한국으로 치면 대전이나 경기도에서만 매물이 나오다 강남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뉴욕시 33번가(33rd street west)에서 연면적 15만㎡의 16층짜리 건물이 6억6,400만 달러(약 7,657억원)에, 뉴욕시 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에 위치한 연면적 6만8,626㎡, 23층 건물이 5억5,000만달러(약 6,34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부동산 시행업체 신영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CBRE, 새빌스(Savills) 등 세계적인 부동산 서비스업체가 국내 지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관투자가와 접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부에서 오피스 빌딩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美 상업용 부동산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ㆍ4분기 현재 7.91%로 주거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6.41%를 크게 앞질렀다. 또 '무디스 릴(Moody's Real)'의 상업용 부동산가격지수는 지난 8월 기준 114.1로 2007년 정점에 비해 4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은행(FRB)이 상업용 부동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1조달러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런던HSBC빌딩을 1조5,000억원에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민연금도 내년에 해외 오피스 매입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임대 수익률이 좋고 저평가돼 있는 해외 부동산은 앞으로도 꾸준히 매입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미국을 포함해 일본 도쿄, 영국 등에서 매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1월 현재 전체 기금 중 4.5%(약 12조원)가량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내년에는 6.4%(약 19조원)에서 최고 8.4%(약 25조원)까지 매입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