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건설사도 자구안 만든다
동일하이빌, 동일토건과 통합운영임원 연봉삭감·자산매각 추진현진도 "사업부지 팔아 현금화"
김상용 기자 kimi@sed.co.kr
금융권으로부터 B등급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도 자구안 마련에 착수했다. 자체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금융권에 대출을 요청할 경우 신용등급이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경영위기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동현 동일하이빌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동일하이빌과 동일토건의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을 마련, 즉각 실행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일하이빌과 동일토건의 자구안 마련은 B등급 판정을 받은 후 마련된 조치로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날 공개된 자구안에 따르면 동일하이빌은 동일토건과의 통합운영을 추진하고 동일하이빌 본사의 천안 이전, 임원(20%)과 직원(10%)의 연봉삭감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인천 연수구 송도 사업 부지와 서울 노량진 사업 부지 등의 매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고 사장은 "사업성이 뛰어난 송도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와 시행사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금융사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지분참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자산 매각은 곧 가시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송도와 노량진 부지는 사업성이 높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매각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할 방침"이라며 "현재로서는 부지 매각으로 어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등급 판정을 받은 현진도 자발적인 자구안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진의 한 관계자는 "사업 부지와 골프장 매각 등 매각이 가능한 자산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현금화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B등급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이 자구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기보다는 우선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권이 B등급 업체에 대해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만일 금융권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경우 재무상태에 대한 실사가 들어올 수 있고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B등급 업체가 실사를 통해 C등급으로 조정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서 위기업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AㆍB등급 건설사 중 부도가 발생하면 해당 금융기관을 문책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거세다"며 "특히 금융권에서는 건설업체 신용등급 심사 당시 제출한 건설업체의 자구계획안 실행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B등급 업체의 자산 매각 러시는 줄을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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