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문서 공개<br>'한방도정세' 보고서 전달등…집권유력 카터 설득에 총력<br>의원들과도 활발하게 접촉
주한미군이 지난 76년 한반도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시
박정희 정권이 이를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던 사실이 외교문서 공개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는 4일 제14차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30년이 76년도 외교문서 11만9,000여쪽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당선이 확실시되던 지미 카터 민주당 대선후보의 집권에 대비해 80년까지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전술 핵무기를 계속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76년 초반 미국 정치인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코리아 게이트’로 한미 관계가 얼룩졌으나 미국 의원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76년 7월 외무부와 중앙정보부 주도로 ‘한반도 정세 및 한미관계’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비밀리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당선이 확실시되던 카터 진영에 전달했다. 정부는 그해 8월 중순 조지아주 출신 사업가로 카터의 정치참모 역할을 했던 존 포프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김영선 당시 주일대사를 시켜 포프를 면담하게 하는 등 카터를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박정희 정권은 미국 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통일교의 배후 지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 내 대책회의를 열고 통일교와의 관계청산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도널드 프레이저 위원장은 전직 주미대사관 간부의 증언 등을 토대로 통일교 교주
문선명씨의 통역이자 주미대사관 무관을 지냈던
박보희씨가 대사관 외교행랑을 이용, 대통령, 외무부 장관, 중앙정보부장에게 직보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 청문회를 추진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여러 유력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통일교와 한국 정부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그해 5월22일자에서
문선명ㆍ
박보희씨와 박 대통령의 다양한 인연을 소개하면서 “통일교가 독자적으로 성장한 후 한국정부가 이를 이용했거나 처음부터 한국 정보요원에 의해 조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처음에는 ‘종교문제에 정부가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의혹이 확산되자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이듬해부터 통일교가 운영하는 리틀엔젤스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는 등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