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햇볕정책 재고해야

이번에 자행된 북한의 서해상 총격도발 사건은 김정일이 작심하고 직접 지휘한 의도된 도발이다.이런 유의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백명의 어선이 납북되고 총격전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도발은 과거의 도발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장기적이다. 이번 도발목적은 대체로 네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북방한계선(NLL: NORTH LIMIT LINE)을 무력화시키려는 조직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방한계선은 처음에 UN군이 이름을 잘못 붙였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마치 육지에 있는 북방한계선과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해상의 휴전선」이다. 이 휴전선은 서해 5도를 잇는 선과 북한 서해안 중간에 그어진 선으로 우리에게는 인천과 서해 5도를 지키는 관문이고, 북한에게는 해군력의 활동을 제약하는 엄청난 장애요소가 돼왔다. 북방한계선에서 북한 해안까지는 거리가 불과 6KM 이내이기 때문에 북한은 해군기지를 북방한계선과 먼 곳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 해군의 숨통을 조이는 이런 「해상 휴전선」이 북한에게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이 선을 무력화시키지 않는 한 북한 서해의 해군은 발전할 길이 없다. 지난번 한국 정부가 맥없이 독도 수역을 일본에 내주는 것을 본 북한은 「물렁한 한국정부」가 들어서 있을 때 한번 기도해보자는 강한 유혹을 느꼈음직 하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이번 침범 작전을 충분히 김정일이 나서서 지휘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차관급 회담을 무산시키던가 또는 응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지 않고 이번 서해사건을 다루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일 것 같다. 이산가족 재회는 개방을 의미하고 개방은 김정일 체제에 독약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은 무슨 수를 쓰던 이 문제를 회피해가야 할 입장에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미국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지난번 페리가 북한에 가져갔던 보따리 속에는 북한이 바라는 것이 별로 없고 당장 양보하라는 것만 들어 었다. 양보해야 할 미사실과 핵무기는 당장 북한 손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지만 북한에게 주겠다는 은 막연하고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우습게 보고 수작(?)을 벌인다고 불쾌해 했을 것이다. 네 번째로는 북한이 화해 무드에서 강경무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금창리 문제는 사전에 깨끗하게 청소할 시간이 있어서 그대로 넘어가긴 했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금창리 사태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서 준 러시아급으로 승천(?)해야 할 입장에 있다. 앞으로 화해무드가 계속되면 미국이 제2, 제3의 금창리 사찰을 요구해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지금의 대화 분위기를 긴장 분위기로 바꾸어야만 한다. 이번 총격 사건은 또 지난 11일 남한 함정에 의해 실추된 위신을 추스리기 위해 감행된 기싸움 차원의 불상사로 볼수있는 소지도 있다. 소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휘했다는 작전에서 북한군이 손해만 보고 멈춘다면 김정일의 체신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 북한은 그들의 체면을 회복하는 선에서 이 사태를 마무리 지을 것 같다. 한국군에 손상을 입히던지 아니면 사태를 위태로운 상태로 질질 끌어 미국이 중재에 나서기를 기다릴 수 있다.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전면전으로 이끌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북한에게 5년 이상의 시간을 주려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평화적인 협상으로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거의 유일한 길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이 스스로 미국에게 그런 명분을 제공하는 바보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일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햇볕정책을 과감하게 재고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한가지 명확해진 것은 북한이 남한정부에게 『DJ정부의 운명은 북한 손에 달렸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햇볕정책을 고수한다면 이는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손실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다. 둘째, 군의 교전 규칙을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 과거의 도발에 대해 군은 확실하게 교전규칙을 지켰다. 그러나 이번엔 햇볕정책 때문에 그것을 준수하지 못했고, 남한의 약점을 알아차린 북한은 드러내놓고 도발행위를 연속했다. 이러한 자승자박 정책은 오히려 감정싸움을 에스컬레이트시킬 것이다. 앞으로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충격력 있는 무력 대응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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