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가 여권의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야권의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4파전으로 정리됐다. 이중 박 변호사는 명실상부한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로서 다른 후보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박 변호사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구가 거세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책대결 구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대결은 박 변호사와 나 최고위원 간 대결이다. 현재 4파전 양상에서 여야 각각 단일화를 거친다면 '박-나 2파전'으로 변할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변호사와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당일까지 경쟁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벌어졌던 한강 수중보 논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념적으로도 박 변호사와 나 최고위원은 대립관계를 보인다. 지난 23일 박 변호사는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건데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보를 없애면 다른 문제는 없느냐"며 수중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틀 후 이 발언에 대해 나 최고위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를 철거하면 서울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원을 옮겨야 하고 옹벽을 철거해야 한다. 수조원이 드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한다"고 정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한강 수중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오 전 시장이 펼쳤던 정책의 '전면폐기'냐 '발전적 개선'이냐 하는 시정방향까지 짐작하게 하는 사안이다. 나 최고위원과 서울시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라면 박 정책위의장과는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싸우는 '단기적 경쟁관계'다. 단일화 이후에는 야권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협력관계로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정책위의장은 25일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38.3%를 얻어 1위로 등극하며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어서 역전 여부도 주목된다. 박 정책위의장과의 이념관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진보적 선명성'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 활동을 할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후원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쁜가"라며 "오히려 그런 많은 기업들을 아우르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장점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박 정책위의장의 경우 민주당 후보 경선 때 '최종병기 박영선'을 내걸 만큼 진보적 가치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는 반면 박 변호사는 기업의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이념적 차이로 야권단일화가 본격화할수록 박 정책위의장은 이 점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거에서 무당파층이 증가하는 최근 상황으로 봤을 때 오히려 박 변호사의 실용노선이 더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전 법제처장과는 여야 시민후보로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후보라는 공통점 때문에 현재 정당정치에 문제제기를 하고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에 따라 두 후보 모두 새로운 선거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박원순펀드'를 만들어 선거비용 38억8,500만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 법제처장도 선거비용 마련 방법을 묻는 질문에 시민단체들과 논의해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의 선거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념적으로는 이 전 법제처장이 박 변호사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을 만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결정적으로 두 후보를 갈라놓는 이슈는 무상급식. 박 변호사는 무상급식을 "2011년 최고의 행복 브랜드"라고 칭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우파 시민단체가 자체 시민후보를 내놓기로 결심하게 한 분수령이다. 우파 시민단체들은 이 전 법제처장에 대한 지지선언문 낭독 때도 "한나라당은 216만 서울시민이 사실상 공개투표를 무릅쓰고 투표장으로 향할 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민주당은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 거부를 선동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