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에 의한 과징금이 올해 들어서만 3,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 관련 담합 입찰이 적발된 2012년 2,042억원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올해 과징금만 사상 최대인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건수는 23건이며 이 중 22건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금액으로는 3,076억원으로 7월 들어 추가로 조치된 금액을 합치면 3,200억원이 넘는다. 특히 하반기에 서너 차례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잇따라 내려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호남고속철도건설 사업의 13개 구간 모두에서 무려 28곳의 건설사들이 입찰 담합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 중이다. 건설사들이 받아낸 공사비는 2조2,000억원. 과징금 부과 기준에 따르면 매출의 10%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어 공사비만을 따져도 2,20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여기에 들러리사에 매기는 과징금이 부당 낙찰사 과징금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무려 28곳의 건설사들이 서로 낙찰사와 들러리사로 얽혀 있어 1,100억원 이상의 추가 과징금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22개 건설사들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주배관 공사' 입찰에서 공사구간을 분할하고 낙찰사를 미리 정하는 방법으로 담합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역시 공사비만 수조원에 이르러 공정위 고발을 거치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최소 3~4건 대략 1,000억~3,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조치가 예상돼 총 과징금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담합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데다 담합이 이뤄지는 사업 대부분이 공공기관 발주 사업인 탓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이다. 100대 건설사 중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은 46개사에 달하고 상위 10대 건설사의 경우 업체당 평균 4~5건의 현장에서 담합 통지를 받았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공사별 성격에 맞게 낙찰제를 다르게 적용해야 함에도 턴키 입찰 등으로 제도를 획일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담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제도부터 고치고 건설사들에 손해배상과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실효적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공사수행 능력과 신용도,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는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술력과 공사경험을 갖춘 중소 건설사가 공공공사에서 배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