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 경제의 회복 속도 및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매우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다만 경제회복 속도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엇박자가 발생하면 미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이 전가되면서 부채가 많은 국가의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저금리 기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등할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일본의 추가 QE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초저금리인 엔화 자금을 이용한 캐리트레이드가 급증할 수 있다"며 "단기 차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다만 '슈퍼 달러, 엔저'의 가속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그 방향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한 만큼 급격한 자본 유출 등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미 금융시장 전체 유동성이 50조달러 이상인데 한국으로 유입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며 "외국인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자금의 유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설령 자금 유출이 있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낮은 단기외채 비중 등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그 영향도 제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637억2,000만달러,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 2·4분기 기준 29.79%로 양호한 수준이다.
엔화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면 외환 자본의 유출입을 안정시키는 거시건전성 수단(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도입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대폭 보강됐다"며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엔저 가속화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한중 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국익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며 "특히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으로 위안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국내에서도 가능해진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거래시장의 개설은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목표인 원화 국제화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첫걸음"이라며 "(초기에 잘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