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16일 한국계 미국인 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에 선출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을 수시로 언급하며 "우리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만큼 격(格)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놀라운 발전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은 커졌지만 품격을 갖춘,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에는 여전히 한 뼘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터져나온 민간인 사찰 의혹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 등은 대한민국 사회의 품격에 대한 해외의 기대치를 일거에 끌어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총선에 관한 분석기사에서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김 후보의 천박한(vulgar) 발언과 사찰 의혹 등 스캔들로 얼룩졌다"며 "복지확대와 교육비용 등 중요한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소개했다.
불법 시위를 용인하는 노동문화도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산 한진중공업 시위를 주도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예로 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 한 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한 회사가 결국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기업 중심의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FT는 별도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일명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을 모두 누르고 이제는 애플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면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지 않고 남들을 따라잡기만 해서는 글로벌 리더로 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류'는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오는 27일 열리는 미국의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첫 내한공연에 대해 18세 이하 미성년자 관람 금지 결정이 내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홍콩ㆍ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어디에서도 이런 규제는 없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난의 글이 전세계에서 쏟아져나왔다. 한국이 문화상품을 내다파는 돈벌이에 급급할 뿐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은 한류 덕에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