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심층진단] 금융당국 회사채 안정방안 장단점

① P-CBO 확대-당장 꺼낼 수 있지만 약발 미미<br>② 신속인수제-타깃지원 가능… 통상마찰 우려<br>③ 채권안정펀드-효과 크지만 '최후 카드' 부담


'버냉키 쇼크'에 중국의 'L자형'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내 회사채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 탓에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회사채시장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회사채 대책을 최대한 조기에 내놓을 것"이라며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채권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대책마다 특성이 달라 이번주까지 시장을 지켜본 뒤 상황에 맞는 카드를 꺼내겠다"고 말했다. 회사채 대책으로 거론되는 세 가지 방안의 장단점을 이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알아봤다.


◇당장 꺼내기에는 P-CBO…"효과가 작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시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그런대로 간다면 P-CBO를 지금보다 늘리는 수준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P-CBO는 시장이 가장 낙관적일 때 가능한 대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용보증기금이 발행하는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중견ㆍ중소기업의 자금수혈에 도움이 된다. 여러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으고 신보가 신용을 보강해 발행한다.

건설사와 일반기업체를 대상으로 P-CBO가 발행되고 있는데 건설사의 경우 25일 현재 2조345억원이 지원됐다. 현재 시행 중인 안을 확대하면 된다는 점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회사채시장의 경색을 푸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은 되지만 약발이 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현재 금리 상황에서 P-CBO는 효과가 약하다"고 회의적으로 얘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용 취약업종 '타깃 지원' 가능한 회사채 신속인수제=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취약업종에 타기팅해서 지원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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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줄곧 거론되던 방안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의 차환을 위해 기업이 사모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이를 사들이는 형태다. 산업은행은 사들인 채권의 80%를 담보로 P-CBO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형태로 채권형 펀드에 팔아 유동화하고 나머지 20%는 채권은행이 인수하도록 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강점은 필요한 곳만 골라서 지원하는 '스마트 인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이 방안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2003년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며 하이닉스를 제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특정 산업만 하면 보조금 성격이 돼 WTO 규정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에 취약업종 여러 곳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 감안하면 채안기금(펀드)=금융당국에서 생각하는 가장 효과가 센 대책은 채안펀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채안기금은 우량 회사채를 포함해 회사채 전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삼성전자 같은 기업도 채권발행이 안 되고 전세계적으로 경색이 심각할 때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발은 가장 잘 듣지만 당장은 꺼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채안기금은 1999년에 설치됐던 것으로 대우채권이 편입된 투신사의 수익증권 환매 사태를 막고 시중금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설립한 것으로 사실상 채안기금과 임무가 비슷하다.

채안펀드는 지금도 명목상 1억원 규모의 펀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지금이 2008년 정도의 위기라고 판단되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최후수단이라는 점과 삼성 같은 대기업이 채권발행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개별 금융사의 출자가 필요하고 한은의 유동성 지원도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당국과 각 금융사 간에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회사채시장을 대상으로 해 돈도 많이 든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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