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민이 행복한 도시재생사업

독일 베를린 동북부 프렌츠라우어베르그구(區)의 헬름홀츠플라츠 구역은 통일 전 구(舊) 동독에 속했던 곳이다. 6~8층 높이의 공동주택이 대부분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에 지어졌다. 건물 연한이 100년이 넘었지만 겉보기에는 근래 지은 것처럼 말끔했다. 건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ㆍ외부를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나 시정부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도시재생사업을 수행하는 민간기업 '슈테른(STERN)'의 테어도어 빈터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지은 지 100년이 넘는 건물을 헐고 새 집을 지어 살려고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현존하는 옛 건물과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존중(Respekt)"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옛 건물을 개보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고 가능하면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도시재생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슈테른의 모토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도시재생(Behutsame Stadterneuerung)'이다. 이는 독일 연방 차원의 도시재생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리지 않고 현대적 여건에 맞춰 재활용하고 물리적 시설 위주의 개선보다는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교육ㆍ문화ㆍ복지 등 소프트웨어 위주의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시가 199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근린 생활권 단위의 사회통합적 재생 프로그램인 '마을만들기(Quartiersmanagement)'가 대표적이다. 현재 34곳이 대상지로 선정돼 매니저가 상주하면서 공공과 주민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주민들도 마을협의회를 구성해 재생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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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뉴타운ㆍ재개발이 수렁에 빠지면서 전면 철거형 정비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우리나라는 지금 도시재생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단순한 주거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사회ㆍ경제적 발전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혼합, 교육ㆍ문화 등 생활환경의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의 도시재생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이 같은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쳇말로 돈도 안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식의 재개발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신중하고 점진적인 재생으로 주민들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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