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은 연구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갈겨놓은 메모가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우연한 만남에서 나눈 농담 한마디에서도 첨단기술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1930년대 섹스 심벌로 손꼽혔던 영화배우 헤디 라머는 지금의 모바일 기술이 가능하게 한 주역이다. 미모에다 발명가적 재능까지 갖춘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망명해 피아니스트 조지 앤타일과 함께 미군어뢰가 독일군의 방해신호를 뚫을 수 있는 해결책을 음악에서 찾았다. 1942년 이 기술은 대역확산이라는 통신기술의 핵심으로 특허를 받게 된다. 이들이 발명한 대역확산(spread-spectrum)기술은 정해진 한 주파수에서만 신호를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파수를 넘나들면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역확산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특허등록이 된 후 40여년이 지난 1985년 7명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퀄컴에 의해서였다. 전 세계 어디에 있어도 10초 내에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세상을 만든 주인공인 퀄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9년. 퀄컴은 창업 20년 만에 연매출 60억달러, 영업이익률 60%라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연초에 7달러도 안되던 퀄컴의 주가가 연말에 176달러를 넘어서면서 창업자들은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게 됐다. 책은 샌디에이고의 작고 초라한 무명기업으로 출발해 세계 이동통신산업의 핵심기업을 확보한 첨단기업 퀄컴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기술 발명자들도 아닌 퀄컴의 창업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대역확산기술과 이동통신산업의 접목을 성공한 개척자들이다. 수없는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의지를 펼쳐 결실을 맺은 이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혁신적인 전략이 담겨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첨단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라는 독특한 사업모델이 그것. 독자들은 기술혁신의 현실화는 물론 기술이 기업에 제공하는 추진력과 산업과 소비자의 상관관계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