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외환 다각화 대세인가

"달러 일시 매각땐 공멸" 눈치보기<br>달러 위상약화 불구 각국 실제 비중축소 미미<br>"위기 갑자기 올수도" 다각화 대비는 필요할대<br>대체통화 단기적으론 유로>엔>위앤 가능성


달러화 약세 추세에 한국 등 특히 아시아국들이 줄줄이 보유 외환의 다각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국제외환시장에 큰 소용돌이가 일었다. 글로벌 외환 다각화는 대세인가? 개별국별로는 필요하면서도 세계 경제 전체로 보면 자칫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는 지구촌 외환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문제를 짚어본다. 무섭게 떨어지던 달러화가 최근 U턴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큰 흐름으로서 달러 약세를 부정할 근거는 여전히 희박하다. 이 같은 추세 속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달러를 줄이고 대체 통화를 찾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세계 각국이 외환다각화로 크게 방향을 튼 것으로 단정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은 이를 대세화 시키기에는 여러 가지 정황적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 외환 다각화가 일시에 이뤄질 경우 자칫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각국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외환 다각화 시사와 현실의 차=한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중앙은행들이 최근까지 속속 달러 자산 축소 의사를 비쳤고 시장은 그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이와 함께 일부 국제전문기관들의 보고서는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외환다각화가 이뤄졌고 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 시장에 달러 급락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정말 달러화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을까.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이 같은 주장은 과장의 여지가 있다. 조사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2년간 달러 자산 비중 축소는 전세계적으론 미미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 외환보유에서 달러비중은 오히려 전년대비 0.2% 이상 늘었고 향후에도 달러 다각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이다. 실제 지난 1월 경우 미 재무부 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미국 자산 순 매수규모는 915억 달러, 사상 2번째다. 지금도 달러 매입은 줄지 않고 있는 추세다. 달러의 위상 약화로 장기적으론 달러 위주의 외환 포트폴리오가 바뀔 수 밖에 없는 구조에도 불구 최근 국제자금의 흐름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자금을 조달해 수익성 높은 곳으로 몰려다는 투기적 자금) 청산 등 달러 자산쪽으로 다시 향하고 있음이 뚜렷하다. 신흥권의 주가 채권 통화가 최근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음은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대규모 외환 보유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각화에 아직 본격 나서지 않고 운을 떠보는 수준으로 그친 이유는 각국이 보유 외환의 수익성 있는 운용과 관련, 정치적 논란이 커져 가는 내부적 상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중앙은행의 시장개입도 ‘스무딩 오퍼레이션’ 차원에서 변동성 완화에 그치는 것이지 달러화를 대거 처분하는 양상으로 번져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민간의 경우 달러 하락에 대한 심리적 우려로 달러 자산을 파는 경향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각화 나선다면 대체 통화 가능성은=대체 통화 가능성에서 1순위는 유로였다. 달러가 유로에 헤게모니를 빼앗기고 있다는 일부 주장은 최근 유로화 부상이 약 달러의 반사적 결과란 점을 간과한 과장된 평가다. EU권 경제 성장이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는 데다 유로는 이미 고평가 상태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반면 엔화에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향후 일부 외환 다각화가 진행될 경우 지난 수년간 비중이 계속 축소됐던 엔화의 부상 가능성을 일컬음이다. 일본 경제 부활의 조짐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차원이다.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위앤화도 장기적으론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실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위앤 영향력은 이미 엔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앤화 거래 규모는 역외선물환(NDF)거래를 포함, 지난 3년새 6배 가량 폭발적으로 늘었다. 여러 면을 종합하면 달러의 대체 통화 가능성은 단기적으론 유로>엔>위앤 순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결국 달러의 최종적 맞수는 위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대세 아닌 단기 조절…국가별로는 정도 차=“한중일 및 타이완의 경우 홍수 속에 달러라는 나무판을 붙잡고 있는 데 혼자 살려고 나무판에 올라타면(달러를 팔면) 나무판이 가라앉아 모두 죽을 수 있는 상황” 아시아 국들이 외환 다각화가 급격ㆍ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자칫 파국 가능성을 우려한 국내 한 전문가의 비유다. 외환 다각화가 일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최대 근거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달러자산 일시 매각시 부메랑 효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몰고 올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한 나라의 외환 폴리오 다각화는 이른바 ‘밴드왜건’(Band Wagon) 효과에 의해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불러 일시에 달러화 급락을 가져올 수 있음에 대한 우려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달러 자산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의 부산물로 기존 달러화 외환 보유의 구성 변화로 보기 어렵다. 또한 무역결제 및 해외차입의 달러 표시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어서 각국은 해당 통화 표시의 외환 보유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다만 국가간 차이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환보유로 인한 국민경제적 부담을 나타내는 ‘통화량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 및 보유 외환 유지 비용상의 격차로 다각화 필요성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필요성이 매우 작은 반면 타이완과 싱가포르는 다각화 요인이 높은 편이고 중국은 중간적 상황이란 진단이다. 외환 다각화가 대세는 아니지만 그러나 급격한 외환 다각화에 대한 대비는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달러 붕괴를 염려한 각국의 묵시적 눈치보기가 어느 순간 깨질 때 위기는 갑자기 눈앞에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근본적으로 해결 조짐을 보이기 전에는 국제 외환 시장은 언제라도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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