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유사업기금 엉뚱한 곳에 사용

석유사업기금 엉뚱한 곳에 사용4조4,000억 석탄산업 합리화에 전용 산업자원부 당국자는 석유대책이 1, 2차 석유위기에 나왔던 대책의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에 『정부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같을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유가상승이라는 환경이 같고 정부가 동원가능한 재원이 비슷해 유가 급등시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도 이전과 동일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천의지에 있다. 매번 같은 정책을 되풀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목표까지 똑같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가 위기시마다 단기 처방에 치중하면서 장기비젼을 내놓았지만 위기가 사라지는 징후를 보이면서 장기대책은 소홀히 하는 패턴이 74년 1차 석유위기 이후 반복되어 왔다. 장기 대책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당장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부분에 크게 투자할 여력도 많지 않다. 때문에 꾸준하게 장기대책을 실천하려는 정책의지가 강조되고 있다. 근시안적 석유대책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석유사업기금(95년 이후 에너지특별회계). 1,2차 오일쇼크를 겪고 난 후 유가 급등에 대비해 마련한 기금이다. 원유수입에 붙는 석유수입부과금(ℓ당 13원) 을 재원으로 79년 이후 17조6,446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조성됐다. 요즘 같은 상황을 위해 마련한 자금이지만 막상 유가안정을 위해 쓸 여유가 없다. 지난 91년 걸프전당시 1조2,000억원을 유가완충자금으로 사용한 후 제대로 적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8월말 현재 3,934억원이 남아 있을 뿐이다. 걸프전 당시처럼 배럴당 5달러씩 완충자금으로 활용하면 33일분에 불과하다. 목표치인 1조2,000억원의 31.6%에 머물고 있다. 석유사업기금중 4조4,000여억원이 석탄산업합리화자금으로 지출돼 회수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석유를 위해 적립된 자금이 전용된 것이다. 정부는 2006년까지 석유완충자금을 1조원선으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실행여부는 의문이다. 비축유도 64일분에 불과하다. 정부비축분은 29일분 뿐이다. 독일의 77일분, 일본의 55일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제 와서 정부는 비축유 확충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중인 한 비싼 돈을 들여 비축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석유공사 나병선(羅柄扇)사장은 『비축유를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저렴한 비축유 확충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입력시간 2000/09/17 19:0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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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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