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손님 푸대접해도 성공한 기업 있다

■디퍼런트(문영미 지음, 살림Biz펴냄)


애플의 아이폰이 인기를 끌자 우리나라 기업들도 잇따라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각각의 스마트폰은 차별화되는 디자인이나 기능을 내세웠지만 '디퍼런트'의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차별화'의 정의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시도한 것은 '차별화'가 아닌 '모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는 비슷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는 에너지바 하나만 해도 60여개 브랜드가 나와 있고 MP3 등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는 100여개 브랜드가 경쟁을 벌인다. 즉 특정 카테고리가 성숙할수록 그 카테고리 안에서 경쟁하는 제품이 늘고 그들은 서로 차별점이 있다고 하지만 그 차이는 점점 좁아진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의 기업들이 점점 '차별화의 대가'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첫 한국인 종신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현상을 '진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같은 진화는 하향평준화와 공멸을 부른다고 경고한다. '디퍼런트'는 차별화가 아닌 모방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세계에서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노력한 경영자의 경험을 중시하라' 등 기업이나 마케터들이 지침으로 여겨온 명제들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장조사를 멀리한 기업이 1등이 되고 노련한 경영자일수록 함정에 잘 빠지며 발전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책은 손님을 푸대접하고 유행을 거스른 기업들이 최고 자리에 오른 사례들을 소개한다. 빵에 발라먹는 영국 브랜드 마마이트는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 특징으로 이들의 슬로건은 '좋아하거나 또는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어필하겠다는 의지다. 미국의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의 경우 매장에 스무살이 넘은 사람이 들어가면 노골적으로 푸대접함으로써 브랜드를 '마른 10대가 입는 옷'으로 차별화한다. 이같은 역발상으로 소비자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를'역포지셔닝 브랜드(reverse-positioned brand)'라고 일컫는다. 역포지셔닝 브랜드의 특징은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들은 과감히 털어버리고 혁신적인 조합을 통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데 있다. 새로운 생각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시장을 대해야 '모방'이 아닌 '진정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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