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동 경영' 이라는 실험

신호제지가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공동 경영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호제지와 국일제지ㆍ아람FSI는 지난 1년여간 끌어온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고 공동 경영에 합의하는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자본금 8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와 국일제지가 자산 7,300억원 규모의 신호제지를 공동 경영의 형식만 빌려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우려하고 있다. 공동 경영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실상 적대적 M&A가 성사된 만큼 자칫 잘못하면 다른 기업들의 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지 업계는 적대적 M&A든 공동 경영이든간에 양측이 경영권 싸움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에 합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별도로 신호제지 내부에서는 회사와 임직원들이 그동안 겪은 고통을 되새기며 공동 경영의 효과가 언제, 그리고 어느 정도 나타날지 미지수라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김종곤 신호제지 대표이사와 최우식 국일제지 사장이 경영권 싸움대신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통한 실적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이는 신호제지가 지난 7~8년여 동안 워크아웃 상태를 지속하면서 시설투자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공동 경영 자체가 뾰족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지 업계의 불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 경영을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만큼 이뤄질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노조측이 경영권 갈등에 깊숙이 개입하는 바람에 빚어진 노-노 갈등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과거처럼 편가르기 현상이 되풀이된다면 회사 정상화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패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호 측과 국일 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동 경영에 합의한 만큼 이제는 임직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임직원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하나로 뭉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지금 양측 경영진들의 최대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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