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토종 대형IB 육성,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형 대형투자은행(IB) 육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의 벽을 넘을 모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11월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 이제 겨우 법적 토대를 만들어 대형IB의 탄생과 성장을 촉진하는 최소한의 여건만 충족했을 뿐이다. 객관적으로 역량만 놓고 본다면 해외IB로부터 안방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운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하물며 글로벌시장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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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사업의 핵심은 자기자본 규모다. 자본이 충분해야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물량 인수에 나서고 자기자본투자(PI)도 할 수 있다. 대형IB 전환을 선언한 국내 5대 증권사의 평균 자본금은 3조원이 조금 넘는다. 이 정도로 50조~70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보유한 글로벌 IB에 맞선다는 것은 헤비급 복서에게 갓난 아기가 대드는 꼴이다.

덩치를 더 키워야만 하지만 여건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막강한 자금과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산은지주가 정책금융의 틀에 갇히면서 초대형IB 탄생의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다. 국내 M&A와 IPO시장도 해외 IB에 주도권을 빼앗긴 지 오래다. 토종 대형IB들이 출현해도 당장 국내시장 방어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해 안방에서부터 차근차근 체력을 비축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주관사와 공기업 민영화 해외 주관사 등에서 토종IB의 참여비율을 높여 많은 경험을 쌓게 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 해외IB와의 제휴를 통해 첨단기법을 배우고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틈새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진출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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