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더이상 방치땐 위험" 행정지도등도 검토

■ 가계대출 억제 전방위 압박건전성 강화조치 비웃듯 주택담보대출 크게 늘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대책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는 것은 현상황을 방치할 경우 금융부실 문제를 넘어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그동안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상향 조정을 비롯,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별로 둔화되지 않자 다소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금융권의 위험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의 부실원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으나 당초 의도한 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행정지도 등을 비롯한 직접규제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차츰 선회하고 있다. 결국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금융권에 대한 간접적인 방식의 규제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 계속 늘어나는 가계대출 연이은 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무려 6조1,000억원이나 늘었으며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8,000억원이 증가해 전달인 9월의 수준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10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12조5,000억원에 달했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23조원이나 된다. 올들어 10개월간 가계대출만 57조원 이상이 늘었다. 상호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다. 9월 말 현재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2조8,305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조4,893억원에 비해 무려 90.1%(1조3,412억원)나 급증했다. 상호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면서 9월 말 현재 연체율이 22.3%에 달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추세다. ▶ 대출관리는 여전히 허술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은행권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같은 사람에게 여러 건의 대출을 해주거나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대출과 상환이 반복되는 등 문제점이 적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주택 실수요자가 아니며 투기혐의가 짙다는 점에서 은행의 여신심사 기능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또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담보가치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대출모집인제도를 운영하는 등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추가대책 뭘까 금감원이 이번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60% 또는 70%로 높이기로 한 것은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계대출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외에도 ▲ 투기자금화 우려가 있는 경우 대출승인을 거절하고 ▲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복수의 가격 중 낮은 것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인센티브 지급이나 대출모집인제도를 폐지 또는 억제하고 외형 위주의 영업점 평가제도도 개선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상호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6월에 이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소액대출을 많이 취급한 곳들을 중심으로 경영진 면담이나 연체율감축계획서 제출 등을 통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부실 소액 신용대출을 자체적으로 상각처리하거나 자산관리회사에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필요시 직접규제 금융당국은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를 비롯한 직접규제라는 극약처방을 사용하는 방안까지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금융권에 대한 건전성 감독 강화만으로는 대출증가세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판단된다"며 "앞으로는 가계대출 금리의 조정 등은 물론 은행자금의 흡수를 위한 투신 등 기타 금융상품 취급 확대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행정지도 등 강도 높은 직접규제까지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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