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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인구대국' '세계의 공장' 이라는 중국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줄도산 소식에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사회불안이 우려될 만큼 중국인들은 우울하다.
중화의약회가 대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중국의 15세 이상 조사 대상자 중 정신질환 발병률이 약 17%며, 우울증이 5%, 불안신경증이 5%, 약물 및 알코올 중독증이 약 5%였다. 특히 1999년에는 0.64%에 그쳤던 우울증 발병률이 10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점이 주목된다. 베이징시 심리위기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28만 7,000명의 중국인이 자살하고, 200만 명이 자살 미수에 그친다. 자살 원인의 70%가 우울증이다. 우울증에까지 이르진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불안과 답답함,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훨씬 많다는 분석이다.
미국 콜롬비아대가 지난 4월 발간한 세계 156개국 국민들의 행복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나타났고, 싱가포르 3위, 미국 11위, 일본 44위, 타이완 46위, 한국 56위, 홍콩 67위였으며 중국은 112위에 그쳤다. 특기할 만한 것은 중국인들의 심기는 최근에 들어올수록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2010년 중국 사회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중국 국민들의 전체적인 생활 만족도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농촌 지역 주민들이 도시 주민들보다 다소 만족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이른바 '거대 경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집단적 우울 증세에 대해 다룬다.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량샤오성은 특히 중국인의 우울증에 대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송나라에서 이어지는 집단적인 노예근성과 유가사상의 폐해에서 찾는다. 량샤오성은 1997년 '중국사회 계층분석'에서 중국의 경제적 계층 분화 현상을 해부하면서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사회주의의 그늘을 조명한 바 있다.
중국에서 '우울증'은 몇 년전만 해도 생소한 말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 하면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우울증 등 국민들의 심리 문제에 대한 대응 조치를 내놓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들어서다. 저장(浙江) 성의 '톈이(天一) 심리상담 핫라인'은 2002년 개통된 뒤 지난 9월 현재 상담을 받은 사람 수가 2만 5,000명에 이른다. 처음에 오후에만 실시하던 상담을 지금은 온종일 진행하고, 중국의 메신저인 QQ를 이용한 상담도 개통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 젊은 층에게서 이런 증세가 두드러진다. 평범하게 살 바에야 차라리 자살을 택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 요즘 중국의 젊은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개혁 개방이 불러온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상업화 조류 속에서 당황하고 낙심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은 명쾌하다. "마음의 3할만 욕망에 내줘라, 나머지 7할은 이성으로 채우라"고 권고한다. 2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