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Culture & Life]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일상생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예 만들기 힘써야죠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이 KCDF 갤러리에 소개된 공예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역서울 284'로 변신한 옛 서울역사. 현재 '근대성의 새 발견'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고객 참여 행사 대폭 확대 등 대중에 다가가는 사업 추진
공예마을육성 사업지 늘리고 내년 7·8월께 축제장도 마련
스타상품 개발·인증제 도입 생산·소비 선순환 이룰 것

"대중들이 공예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예인은 물론 정부, 관련 기관,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공예상품을 찾고 공예인들도 이를 통해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최정철(55·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원장은 올 한 해 가장 큰 행사를 지난 19~22일 치뤘다.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2013년 공예트렌드페어'다. 한해의 우리나라 공예분야 성과를 결산하는 행사다. 올해는 나흘 동안 3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한다. 특별기획전인 '소백, 물질을 말하다'를 통해 공예의 소재가 갖는 물질적 특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공예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영국 공예청과 프랑스 공예협회를 초청, 문화 교류를 통해 동서양 공예의 화합과 이해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을 수 없는 법. 최 원장은 내년에는 일반대중이 공예와 공예작품을 좀 더 가깝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행사에는 페어 공간을 30% 정도 늘릴 계획"이라며 "고객이 동참할 수 있는 행사를 확대하고 공예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예도 하나의 상품으로 볼 때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공예트렌드페어 같은 행사를 통해 공예상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과 함께 이런 상품을 일상생활에서 직접 만나고 또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 원장이 관심 갖는 것은 우선 '스타상품' 개발이다. 한국 공예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10개의 스타상품을 선정했고 내년에는 3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가 발굴 및 멘토링 지원을 통해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공예산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공예작품의 생산을 통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예작품은 공장제 대량생산이 아니라 성격상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에 품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노동에 대한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공예를 미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셈이다.

최 원장은 이처럼 상품은 만드는 것과 함께 판로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작품이자 상품이기도 한 공예품이 우선 대중에게 알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프랑스 메종오브제 등 국내외 공예 관련 전시회에 출품해 한국의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인사동 KCDF 갤러리와 온라인숍, 그리고 동대문플라자 등 상설매장을 통해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최 원장은 "진흥원 자체가 가진 매장이 아직 부족하지만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예인증제'도 중요한 사업이다. 공예인증제는 현재 이러저러하게 난립한 시장에 질서를 부여하고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도록 특정한 기준을 충족한 공예상품에 진흥원이 인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산품의 'G(Good) 마크'와 비슷한 성격이다. 진흥원은 내년 하반기에 시범운영 형태로 '공예문화상품지정제'를 도자 분야에 적용해 시행하고 이를 다른 공예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스타상품 개발이나 공예인증제 모두 공예제품의 유통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공예류 상품'은 비싼 서구의 명품과 저가 중국산제품으로 양분된 상태다. 우리나라의 전통제품이나 새롭게 발굴된 작가의 작품은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올해 외래관광객이 1,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국적 공예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 확대논란이 있는 것처럼 해외명품의 판로 확대에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예제품의 유통을 위해 국내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원장은 "현재 공예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서는 우리 진흥원과 함께 한국관광공사,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문화재청 등 여러 기관이 관련돼 있다"며 "일부 고유 업무도 있지만 공통되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하고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예산업을 풀뿌리 지역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진흥원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예마을육성사업'도 그래서 관심을 끈다. 진흥원은 서울 종로구 북촌과 경상남도 통영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3년간 공예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컨설팅을 지원해왔다. 내년부터는 사업대상지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공예상품이 지역의 특산품이 되고 관광상품이 되면 해당 지역의 홍보와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된 경제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 원장은 "내년 7·8월께 지역 공예작가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축제의 무대를 열 계획"이라며 "공예산업이 지역의 대표상품이 되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2000년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설립, 운영돼오다가 2010년 한국디자인문화재단(2008년 설립)과 통합함으로써 새로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으로 재편한 것에서 보듯 10년 남짓하다. 실질적인 운영은 겨우 3년 정도. 진흥원의 임무가 무거운 이유다.


진흥원의 사업은 크게 공예 분야와 공공디자인(공간디자인)으로 나눠진다. 최 원장은 전공이 디자인 쪽에 가깝지만 열정은 공예전문가를 능가한다. 공공디자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결국 공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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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87년 도쿄디자인대학을 졸업한 뒤 1991년까지 ㈜무라야마에서 문화시설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귀국해 1991~2009년 LG애드의 공간디자인 부서를 담당했다. 2007년 독립, 디자인회사인 스페이스뷰를 설립, 운영해오다 올해 10월 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공디자인도 앞장

'문화역서울284' 만들고 지역 행복학교 사업 펼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공공디자인이다. 공공디자인은 '공간디자인'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특정한 공간을 전체적으로 문화 관련 시설로 꾸리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건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에 사용이 중단된 곳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진흥원이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대표적인 곳이 서울역에 있는 '문화역서울284'다.

'문화역서울 284'는 1925년 건축된 옛 서울역사로 1988년 바로 옆에 새 역사가 세워진 후 서울역 문화관, 서울역 철도박물관으로 남아 있다가 2007년 관리권이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온 후 복원공사를 통해 2011년 8월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284'는 사적 284호로 지정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창작되고 향유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역동적인 공간을 표방하며 전시·공연·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역사라는 건축물 자체가 근대사의 상징적인 역사성을 갖고 있는 상황에 과거와 미래, 근대와 현대를 포괄하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근대성의 새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공공디자인 사업 확대도 진흥원의 중요한 공헌 중 하나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행복학교 만들기' 일환으로 지역 학교들에 문화공간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산업단지 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산업단지나 공장 등에 문화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의 일터를 단순히 노동만 하는 데서 벗어나 공부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종시에 '디자인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한국디자인문화 발전에 기초가 되는 연구와 전시·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정철 한국문예디자인진흥원장은 "'문화역서울 284'를 통해 옛 서울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꼭 봐줬으면 한다"며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문화공간을 우리 가까이에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e is…

△1959년 대구

△1978년 대구 대건고 졸업

△1987년 도쿄디자인대학 졸업

△1987~1991년 ㈜무라야마 문화시설 디자이너

△1991~2007년 LG애드 국장(공간디자인 총괄)

△2007년~ 스페이스뷰 대표

△2013년 10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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