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것은 한방 뿐입니다”
한방의 효력이 사람의 몸 뿐 아니라 올들어 심하게 `망가진` 화장품업계까지도 치유할 수 있을까. 톡 쏘는 인삼 향과 온갖 귀하다는 성분을 담은 한방화장품의 열풍이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출시된 주요 한방 브랜드만 해도 LG생활건강 `수려한`과 코리아나화장품 `자인`, 한불화장품 `비원`, 일본 고세화장품의 `설기정`까지 4개. 10월 이후에도 한불 `려홍`이라는 전문점용 브랜드를 추가 출시하고 한국화장품도 시판용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어서 한방화장품 시장은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을 토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전망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한방화장품 시장규모는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현재 5,000억원 수준.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백화점이나 방문판매 등 고가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던 것과 달리, 최근 20대~30대 초반의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중가 시판용 제품 출시가 이어짐에 따라 시장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업계가 일제히 한방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는 까닭도 높은 소비자 선호도와 시판시장 개척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나 `허준`등을 통해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감을 준다는 점이 한방화장품의 인기를 뒷받침한다는 것. 게다가 태평양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장악한 방문판매 시장과 달리 중가 위주의 전문점은 아직 시장이 비어 있는 상태. 97년 매출 200억원으로 시작한 설화수는 지난해 2,400억원에 이어 올해 2,7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연간 10%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수려한`마케팅 담당자는 “40~50대 중심의 시장이긴 하지만 관심 연령층은 30대까지도 내려간 상태”라며 “해마다 20~30%씩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앞으로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불화장품의 경우 오는 11월 출시하는 시판 브래드 `려홍`의 타깃 연령층을 20대로 잡고 있다.
물론 너도나도 한방을 표방하는 업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설화수 브랜드 매니저인 전진수씨는 “한방브랜드라고 소비자가 무작정 신뢰하지는 않는다”며 “한방브랜드가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만큼 앞으로 브랜드 관리가 잘 돼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